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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 재일동포에 일제 때 못잖은 차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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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들 70만 재일 한국인은 의무이행에 걸 맞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일본의 민족차별은 우리들에 대한 인권유린이며 바로 인간학대다. 우리들에게는「인간해방」의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있다. 70만 재일 한국인이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권을 위해 부르짖고있는「인간해방의 선언」서문이다.
재일동포들의 일본에서의 생활상은 한마디로『일제36간 겪은 것 못지 않은 부당한 학대 속에 겨우 목숨만 이어가고 있는 실정』(민족차별과 싸우는 연락협의회)이다. 『김대중의 인권은 소중히 여겨도 70만 재일동포의 인권은 아예 거들떠볼 생각조차 않는 것이 일본』(재일한국 거류민단)이다.
1950년5월 일본경찰은 불과「15분간의 운전시간」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재일한국인 운전사 이득현씨를 살인강도범인으로 몰아 붙였다. 이른바「마루쇼」사건은 「이득현 원죄사건」으로 「클로즈업」되어 일본의 1급변호사 마저 궐기, 지금도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민족적 편견에 입각, 「오인 구속」된 예는 이뿐만 아니다. 79년11월「나라껜」경찰은 재일동포 박정강씨(26)를 건설회사 금고 폭파범인으로 구속기소 했다. 「나라」경찰은 그러나 33일 후 일본인 진범이 타서에 의해 검거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박씨를 석방했다. 그러나 박씨는 이 같은 일본의 민족적 편견의 제물이 되어 이 사건 후 직장도, 약혼자도 모두 잃고 말았다.
「히따찌」취직재판은 일본의 재일한국인에 대한 취업차별의 본보기다.
70년 3월「아이찌」현립벽남고를 졸업한 박종석군은 그해 11월「히따찌」사의 입사시험에 합격, 「채용 통지서」까지 받았으나 박군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회사측은 일방적으로 박군의 입사를 취소했다.
박군은 70년 12월부터 74년6월까지 3년6개월에 걸친 법정투쟁을 전개, 끝내 승소하여 근무중이나 지금도 민족차별철폐운동을 꾸준히 벌이고있다.
지난7월「가와사끼」시에서 열린「일립취직차별 투쟁재판승소 6주년기념식」에서 『입사 때「회사측은 분명히 한국인으로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약속을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 『앞으로도 계속「한국이름 부르기」등 차별철폐운동을 펴 나가겠다』고 했다.
취직뿐만 아니라 신성한 교육에서도 민족차별은 극심하다. 72년4월 재일동포 3세 황진기양(당시15세), 77년3월 한국인2세 설청화군(18)은 각각「무사시노」고와 「후꾸이」공대에 합격했으나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취소 당했다.
70만 재일동포는 일본정부의 행정차별로 가장 귀중한 생활권에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아끼따」시 「아끼따」상은 이사장인 이상호씨(58)는 지난60년 10월1일부터 국민연금의 피보험자적용을 받고 61년부터 79년까지 13만4천3백10「엔」의 보험료를 납부했다.
그러나「아끼따」시는 지난 7월 20년 동안이나 보험료를 지불해 온 이씨에 대해「오적용」이라는 이유 하나로 피보험자격을 일방적으로 박탈했다. 「앞으로 2년만 지나면 만기」라고 믿고있던 이씨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본당국의 이 같은 처사에 반발, 두번이나「아끼따」사회보험사무소를 찾아가 그 동안의 경과를 설명했으나 담당관의 말은『일본국민이 아닌 사실이 확인된 이상 피보험자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생떼였다.
이씨는『자라나는 2, 3세를 위해서도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면서 지금 법정투쟁을 준비중이다. 특히 일본 후생성이 지난22일 일본국민이 받고있는 각종 사회보장 중 국민연금지급을, 재일한국인에게도 적용하기로 하되 35세 이하로 연령제한을 두기로 한 것은 일본의 민족차별 실상을 반영하는 비인도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이 같은 연령제한의 근거로 25년간 일정액의 부금을 지불하고 5년간의 거치 기간을 거쳐 65세 이후부터 연금을 지급 받게 하자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35세 이상의 재일 교포는 강제로 끌려가 일본을 위해 의무만 다하고 거기 따르는 권리는 받지 못하게되는 셈이다.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포 가운데 35세를 넘는 사람은 70만명 가운데 30%를 넘는 2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의 말대로『2, 3세가 혜택을 받게 됐으니 그나마 족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이번의 국민연금지급의 연령제한 움직임은 일본인들의 졸량과 소아병적 사고방식을 여실히 드러낸 또 하나의 예라고 하겠다.
이 같은 민족차별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70만 재일동포가 받고있는 각종 민족차별 예는 줄잡아 2백여 항목이나 된다.【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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