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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 가족 '폐 절제' 수술…부실한 식사·바닷바람 노출 탓인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남아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 중 한 명이 최근 폐를 3분의 2가량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넉 달 가까이 제대로 식사를 못하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활한 때문에 폐병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수술을 받은 이는 실종된 이영숙(53·여)씨의 동생 이영호(46)씨다. 한 달 전 몸이 이상해 병원에서 갔더니 폐에 수포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달 말 광주광역시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지금까지 입원 중이다.

그의 누나 이씨는 제주도에 직장을 구해 이사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서울에서 건축업을 하던 이영호씨는 사고 직후 진도에 내려온 뒤 하루 하루 한 끼만 식사를 해 여러 차례 링거를 맞았다. 이씨는 "동생들을 끔찍하게 아꼈던 누나"라며 "누나를 찾기 전에는 진도를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수술한 사실은 14일 실종자 가족이 발표한 '교황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알려졌다. 가족들은 편지에서 "팽목항에서 노숙하며 120일이 넘도록 참사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저희들에게도 교황님의 자비와 축복의 손길이 내려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고 했다. 또 "이 고통의 시간을 능히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잃지 않도록, 국민들이 저희를 잊지 않고 함께할 수 있도록, 신의 가호가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라고 했다. 이들은 "우리 가족들과 실종된 이들이 바다에서 더 이상 춥지 않도록, 고통받지 않도록, 억울하지 않도록 하늘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교황님을 통해 세월호 실종자·희생자와 함께하기를 간절히 청하옵니다"며 편지를 맺었다.

진도=장대석 기자, 최종권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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