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독점·보안·식품 위생 등 외국 기업 규제 강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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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독점과 보안 문제에서부터 부패와 식품 위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비판과 규제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4일 독일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의 중국 지사에 2억5000만 위안(약 4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수리용 부품 가격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겨 반(反)독점 법규를 위반했다는 혐의다. 당초 과징금 규모가 18억 위안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우디가 위법성을 인정해 규모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징금 칼날을 피하기 위해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벤츠, 재규어 랜드로버,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등의 중국 법인이 최근 줄줄이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도 중국에 수출할 신형 제네시스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은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부품 가격을 부당하게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벤츠 C클래스 살롱의 부품들을 모두 교체한다면 원래 차값의 12배가 든다는 보도도 나왔다.

규제 당국과 언론 매체들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높은 이윤율을 책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스타벅스는 중국ㆍ아태지역 마진이 35%로 유럽(9%)ㆍ미주(24%) 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애플이 미국에서 399달러에 파는 아이패드 미니 기본 모델이 중국에선 470달러다. 중국은 지난해 6개 외국 분유업체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6억6873만 위안(1200억 원)의 벌금을 물렸다. 지난달엔 퀄컴에 대해 발개위가 반독점법 위반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다른 반독점 규제당국인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은 중국 내 마이크로소프트(MS) 지사들을 지난 2주간 두 차례 압수수색했다.

보안 분야도 문제삼고 있다. 인민일보는 애플과 MSㆍ구글ㆍ페이스북이 미국의 중국 감시 작업을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중앙(CC)-TV는 아이폰 위치서비스가 중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보안 문제를 들어 각급 정부에 서방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구매를 중단케 했다.

지난 5월엔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을 상대로 부패 스캔들 조사를 벌여 의사와 병원에 뇌물을 준 중국지사 전직 대표를 체포했다. 최근엔 맥도날드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대서특필돼 베이징ㆍ상하이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관련제품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외국 기업에 대해 엄격한 규제에 나서는데 대해 KOTRA 중국지역본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정부를 직간접적으로 공격하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라며 “독점 문제 등을 들고 나오면 중국인들의 심정적인 지지도 얻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 된다”고 분석했다.

외국 업계의 불만 목소리는 높아졌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 5월 중국 당국의 '불공정한 조사'를 우려하는 서신을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등에게 보냈다. 베이징 유럽상공회의소도 13일 "중국 정부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가 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외국 기업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추진하면서 과거에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문제점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 중국 시멘트 산업에 대해서도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MS가 미국과 유럽에서 반독점 소송을 당했고, 퀄컴이 한국·유럽에서 규제당국과 마찰을 빚었듯이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제 중국에서 겪고 있을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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