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기자의 생명은 취재원이다. 영어로는 「소스」라고 한다. 수원지라는 뜻이다. 「소스」가 없으면 신문이라는 정보의 옥답은 삽시간에 사문이 되어버린다.
「소스」는 익명인 경우가 많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reportedly) 『부국』(authorities) 『소식통』(source) 등은 모두 그 익명의 표현들이다. 때로는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는』이라는 직세법도 구사한다.
아무튼, 기사는 공익에 기여하지만, 그로 인해 「소스」에 어떤 불이익, 이를테면 심리적 압박이나 책임 추궁이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런 방법이 자연스런 관례로 통용되는 것이다.
가령 미국의 「워터게이트」사건도 익명의 「소스」가 없었다면 영구미제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역시 미국의 「펜터건·페이퍼즈」사건, 「닉슨」대통령의 사임, 「애그뉴」부통령의 사임, 서독 「빌리·브란트」수상의 사임, 일본 「다나까」수상의 정치자금 천막 등도 모두 이름 없는 「소스」들이 만들어낸 세기적인 「뉴스」들이었다.
문제는 그런 보도가 그 사회의 불의·무책임·부정직·불성실을 고발하는 공익에 기여한 것에 있다. 혹시라도 취재원이 추궁되고, 또 문책되었다면 그런 부도덕은 지금쯤 편안한 침대 위에 잠자고 있을 것이다.
취재원의 보호가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한가는 이제 저절로 알 수 있다.
미국은 벌써 1896년 취재원을 보호하는 법적 근거를 갖기 시작했다.
「메릴랜드」주에서 제정한 「실드」(shield)법이 그것이다.
문자 그대로 『방패(실드)의 법』이다.
그 무렵 「루크」지(격주간)와 당세의 유명 야구 선수인 「올란도스·스페다」와 사이에「프라이버시」시비가 있었다.
「메릴랜드」주 정부는 취재원 공한의 위협을 받는 기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서둘러 비닉권의 근거를 만들어 놓았다.
이처럼 기자의 취재원비닉권은 전통적으로 하나의 묵인된 특권으로 보호받고 있는 것이 세계적 관례다.
그것이 없으면, 모든 신문은 수원지 없는 수도와 같기 때문이다.
영국 같은 나라에선 벌써 1769년에 「주니어스」편집 사건으로 불리는 비닉권이 문제가 되었었다.
법원의 판례는 역시 보호쪽이었다.
이번 새로 제정되는 우리 나라의 「언론 기본법」에도 취재항의 보호 조항이 있다. 기자에게 취재원 진술 거부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예외」규정을 어떻게 해서 할 것이냐의 문제는 진지하고 신중한 토론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 우리 언론사상 나쁜 관례이기보다는 좋은 관례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