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파동은 상조 정신 떠난 투기성 때문"|제4회 「Y시민 중계실」 주최 강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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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은행문이 높기만 한 서민들에게 주요한 목돈 마련 수단이 되어온 계가 최근 속속 깨져 커다란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18일 (하오 4∼6시) 서울 YMCA 친교실에서 열린 제4회 Y시민 중계실 「고발의 현장」은 『계 파동의 문제점과 대책』을 주제로 계의 이모저모를 해부, 관심을 모았다.
연사로는 김성두 (조선일보 논설위원)·김대준 (연세대 교수)·이병용 (변호사)씨가 참석했다.
올 한햇 동안 Y시민 중계실에서 접수한 총 고발 건수 3천3백43건 (12월15일 현재) 중 계 문제는 2백5건.
김성두씨는 이렇듯 빈번한 계 파동의 원인으로 ▲공짜로 거액을 벌어보려는 일부 계주들의 극단적 이기심과 ▲제도 금융 쪽의 유휴 자금 흡수로 인한 사채 시장의 위축을 꼽았다.
이조말기 농민들의 군포 마련 수단으로 등장했던 계가 상부상조의 본래 의미를 떠나 수억대의 투기 대상으로 변질된 것은 잘만 하면 곗돈의 이자만으로도 나머지 불입금을 부을 수 있을 정도로 사채 시장의 이자율이 높았기 때문.
그러나 최근 불황으로 도산 기업이 속출, 고리 사채의 수요가 대폭 줄자 그동안 「피라미드」식으로 불어났던 각종 계가 연속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김씨는 『계의 성행은 서민의 목돈 마련이 어렵게 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순환 구조에도 책임이 있다』면서 차제에 금융 제도 자체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
이조 후기의 각종 계를 소개, 계의 역사적 배경을 밝힌 김대준 교수는 파계의 예방책으로서 다음과 같은 선택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계 가입원들의 신용도가 높을 것, 둘째 부금이 자기 분수에 맞을 것, 세째 목적에 맞는 계일 것, 네째 금리가 너무 높지 않을 것, 다섯째 곗날 모임은 되도록 절약하는 입장을 취할 것 등이 그것이다. 「계의 법률적 측면」을 맡은 이병용 변호사는 『우리 민법의「재산」편이 원래 서구법제를 그대로 따온 것 이어서 전통적으로 있어온 계는 다루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계에 관련된 민사·형사 사건은 「판례」와 그를 비평하는 「학설」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것도 그간 갈팡질팡해 왔다는 것. 또 계주와 계원이 공동 이익을 위해 조직한 계가 아니고 계주가 순전히 개인 사업으로 계원을 모집하여 조직한 계일 경우에는 개별적이고 단편적인 대차 관계가 형성될 뿐 집단적인 법률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해 선량한 시민의 피해가 많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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