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속 한파까지 일찍 기승|움츠러든 세계의 세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장두성·이근량·주원상 특파원】오랫동안 침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불황은 세 밑을 앞둔「유럽」에도 예외 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 평시보다는 상가가 활기를 띠고 있기는 하나 「인플레」와 실업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이 호주머니를 좀처럼 열지 않아 예년의 경기를 훨씬 밑돌고 있다. 그래서 보통 때라면 연말연시를 전후하여 성행되는 「염가판매」가 올해는 일찌감치 11월말부터 등장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런던」의 상가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백만 명 이상의 실업자문제로 시달리고 있는 나라인 탓인지 최대의「쇼핑」가인「리젠트」가의 화려한 조명마저 황량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기가 적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훨씬 전부터 「옥스퍼드」가의 의류상점을 중심으로 「염가봉사」의 푯말이 나붙었으나 예년처럼 붐비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평년 수준을 유지하는 곳은 여성전문상점인 「리버티」.
10월부터 받기 시작한「크리스마스」용품으로 재미를 보고 있으나 이는 예외에 속하는 편이다.
「프랑스」의 「파리」에서는 요즈음 중심 가의 「라파예트」백화점을 중심으로 6개 상점이 합동으로 「크리스마스」장식을 해 놓고 교외 상가로 몰리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에서는「처음 있는 현상」이라고 시민들이 신기해하고 있다.
워낙 불황에 시달리다 보니 짜낸 궁여지책으로 나온 비「프랑스」적인 상혼이다.
유행의 대명사처럼 돼 있는 콧대높은「파리」양장점 가에도 불황은 마찬가지. 「염가봉사」딱지를 붙여 놓고 연말까지 10%할인으로 손님을 끌고 있다. 보석 점에서는 「무료세척·손질」을 선전문귀로 내걸고 있으나 이따금 중년여인들이나 기웃거릴 뿐 별 재미를 못보고 있다. 그래도 좀 나은 곳은 역시 경제대국다운 서독이다. 금융·상업도시「프랑크푸르트」에는 시청광장을 중심으로 늘어선 「크리스마스」용품 노점이 밤늦게까지 흥청거린다.
「파리」「런던」과는 달리 백화점에서는 모피「코트」·보석·「스키」용품 등을 찾는 고객이 제법 줄을 잇고 있으며 교외에서는 도시에 따라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훨씬 늘어난 곳도 있다.
전반적으로 최근 잘 팔려 나가는 상품은 실용품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대체로 각국의 일치된 경합이다. 다가오는 겨울을 앞두고 그나마 「런던」「파리」에서 팔리는 모피제품은 비교적 값이 싼 실용품이라는 것이 이를 실증한다.
좀 색다른 상술이 있다면 엄동을 앞두고 나온 「런던」의 『봄을 팝니다』는 원예용 선물「세트」. 꽁꽁 얼어붙은 경기의 해빙을 기원하는 상인들의 간절한 소원 같기도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