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서 어린이들에 외국어교육|노래에 섞어 부르게 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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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얼마 전 신문에서 어린이미술학원이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선생의 자질이나 교육방법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우려가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4살 짜리 꼬마를 미술학원에 보낸 부모로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꼬마의 미술솜씨를 키워 주려는 것도, 조기교육의 필요성 때문인 것도 아니었다.
다만 꼬마는 미술학원에 가서 2, 3시간 같은 또래친구들과 노래하고 춤추고 낙서하고 그림 그리며 재미있게 놀다 오는 것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어른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꼬마는 그 몇 시간을 즐거워했고, 집에 와서 학원에서 배운 솜씨를 뽑내 듯 해 보이는 것이 무척이나 귀엽고 대견스러웠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고요….」
꼬마는 이제 많은 동요를 부르게 됐고 종이오리기도 제법 해낸다. 그래서 월 2만원씩을 꼬마를 위해 쓰는 것이 힘겹기는 했지만 조금도 아깝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꼬마는 새로 배운 노래를 아빠 앞에서 자랑하면서『아침에 일어나서「굿·모닝」, 점심에…「굿·애프터 눈」, …「굿·나잇」』-. 아빠와 나는 그 순간 깜찍한 꼬마의 노래에 박수를 쳐주면서도 마음속에 섬뜩한 무엇이 스쳐 감을 느꼈다.
다음날 아빠는 그것은 깜찍한 것이 아니라 천진한 어린이의 정서적 오염이라며 그만 보내라고 했다.
나 역시 꼬마의 다른 면에서 그런 점을 느끼고 있던 참이라 그날로 꼬마는 미술학원을 「굿·바이」했다. 4살 박이 어린애에게까지 그런 노래를 가르쳐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 때 그 기사는 옳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최영희<서울 시흥1동 한양「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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