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전용 소극장은 「공연장규정」서 제외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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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삼일로 창고극장의 대표로 젊은 연극인들의 소극장 활동을 뒷바라지해온 원로 연출가 이원경씨(예술원회원)는 지난 12일 「연극의 소극장문제에 관한 건의문」을 청와대 및 문공부·서울시·입법회의 문공분과위원회 등 관계 요로에 제출했다.
8「페이지」에 달하는 이 건의문의 요지는 「현행 공연법중 공연장 규정에서 연극전용소극장은 제외시켜야한다」는 것. 연극전용극장을 영화관·유흥업소의 무대와 동일시, 똑같은 시설기준을 요구하고있는 현행공연법은 지극히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이 건의문에서 『1930년대 서울에 부민관이 세워지고부터 대소극장의 구별이 생겼으며 흥행성이 없거나 서투른 연극이라도 공회당·학교강당·YMCA강당 등 전문극장이 아닌 곳에서 얼마든지 공연할 수 있었다』고 소극장의 역사적 배경을 소개.
현 공연법의 모체격인 조선총독부 흥행 등 취체령이 실시된 1940년 이후에도 「아마추어」연극은 법의 저촉을 받지 않은 채 계속되었고 이것은 1960년대 본격적으로 전개된 소극장 운동으로 이어져 한국연극의 오늘을 가져왔다고 설명한 그는 『1977년 공연법이 공포되면서 매년 6월이면 겪어야했던 소극장 파동은 바로 현행공연법의 그릇된 공연장 규정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영리를 목적으로 많은 관객과 여러 가지 부수 시설을 필요로 하는 영화관·유흥업소와 「아마추어」연극인들의 수련장소로서의 소극장은 확연히 구분되어야하며 적용하는 시설기준도 각 공연장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달라져야하지 않겠느냐는 것.
이씨는 또 『같은 예술계인 무용·음악·미술학도들은 어느 장소에서라도 작품발표와 전시를 할 수 있어 기량을 닦는 반면 매년 4백∼5백명씩 배출되는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은 정식공연장 허가를 받은 곳이 아니면 공연활동을 할 수 없는 것도 공평의 원리에 어긋난다』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소극장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겨우 연극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확보로 영속성이라든가 지속적인 기업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외국여행 등 개인사정으로 사실상 내년부터 삼일로 창고극장의 운영에서 손을 떼게되는데 『그전에 소극장 문제의 조그마한 해결의 실마리라도 마련하고 싶었다』고 이 건의문을 돌리게된 동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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