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사찰팀 1000명 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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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라크전이 마무리되자 미국이 대규모의 대량살상무기 사찰팀을 이라크에 보내 독자적인 현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7일 미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인 작업이 벽에 부닥치자 1천여명의 과학자.기술자 등 민간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찰팀을 이라크에 파견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 "'이라크 서베이 그룹'으로 명명된 이들 사찰팀은 미군 장성이 지휘하며 이라크 현지에서 이동실험실을 만들어 사찰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사찰팀은 현재 이라크에서 사찰 임무를 맡고 있는 미 육군 75탐사팀을 흡수하고, 미국.영국 전문 연구소의 지원도 받는 등 사찰 활동을 대폭 확대한다.

미국이 대대적인 사찰단 파견에 나선 것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하면 군사적인 완승에도 불구하고 왜 전쟁을 했는지에 대한 명분을 확보하지 못해 '반쪽의 승리'로 끝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개전 이후 미군은 이라크의 각종 대량살상무기 의혹시설을 이 잡듯 뒤졌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6일에도 미군은 생물.화학무기 은닉시설로 알려진 이라크 북부의 알타지 공군기지를 수색했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발견하지 못했고, 이라크 생물무기 개발자로 지목된 '세균박사(Dr.Germ)' 리하브 타하의 바그다드 자택을 급습했지만 타하를 잡지 못했다.

이와 관련, 미 ABC방송은 16일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은닉해 왔다는 명백한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군의 공습으로 각종 의혹시설이 대부분 완전히 파괴돼 자료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했던 과학자들이 이미 외국으로 피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독자적인 사찰 활동은 기존 유엔 사찰단과의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한스 블릭스 유엔 사찰단장은 오는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바그다드로 사찰단을 다시 보낼 준비가 됐다고 발표할 예정이지만 미국 관리들은 유엔 사찰단의 활동 재개를 허용할 뜻이 없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신문은 이 때문에 미국과 유엔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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