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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선거자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당1낙」이라는 말이 78년12월 10대 국회의원 선거 때 유행했다.
2억 원 쓰면 당선되고 1억원 정도로는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런 식이면 이번에는「3당2낙」정도 될 것 같다.
「4·19」직후 실시된「7·29」총선(5대)때도「3당2낙」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3천 만환(현행 3백 만원)쓰면 당선되고 2천만 환으로는 떨어진다는 뜻이었다.
20년 사이에 선거비용이 1백 배로 늘어났다는 뜻이고 그만큼 금권화 했음을 보여준다.

<78년엔「2당1낙」유행>
10대의원 선거당시 77개 선거구에서 적어도 평균 4억∼5억 원씩은 뿌려졌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당시 1월부터 10월까지의 10개월간 화폐발행고가 1천7백80억 원 밖에 늘지 않아 월 평균 1백78억 원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11월 한달 동안 무려 1천1백66억 원이 늘어나 선거를 앞둔 돈의 수요를 반영했었다.
화폐발행고의 급증으로 늘어난 돈이 모두 선거에 쓰여졌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 반 이상이 선거에 뿌려졌을 것이란 추측이 나돌았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공화당이 국회의원 공천 자에게 공천 장과 함께 3천만원에서 5천만원에 이르는 선거자금을 지역에 따라 나눠줬던 사실만 봐도 선거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겠는가는 쉽게 짐작이 간다.
경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어떤 후보가 「○억 원」이 아닌 「○○억 원」을 물쓰듯했다는 얘기가 나돌았고「돈 봉투」로 표를 사는 매표행위가 일부 지역에서는 다 아는 비밀이었다.
이런 막대한 선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과 결탁한 부정한 방법이 동원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자유당시절 대기업에 외환을 배정해 주면서 공정환율과 실세와의 차이중 일정액을 「커미션」으로 받아 정치자금 화한 것으로 얘기됐고 민주당시절에는 대한중석이 일본의 용공 계 회사로 알려졌던「동경식품」과 중석수출을 수의계약 해 정치적 물의를 빚은 것도 정치자금관계였다.

<비리폭로 위협 자금 거둬>
공화당 창당 때는 증권파동·새나라 자동차 등 이른바 4대 의혹사건이 창당자금과 관련이 있은 것처럼 알려졌었다.
공화당은 정치자금 조달을 위해 공공연히 당내에 재정위원회를 두어 정부주도 건설공사나 차관사업 등에 개입해 일정비율로 거둬들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자금에 대한 통계나 큰 사례가 없으나 미 소방 증권조사 위가 한때 발표한 미국「메이저」의 대한뇌물공여 내용을 보면 △66년에 1백만「달러」(약 7억원) △70년에 3백만「달러」(약 20억원)를 공화당에 제공했고 그밖에 70년부터 74년까지 연평균 1백14만「달러」를 준 것으로 되어 있다.
야당의 경우 6, 7, 8대 전국구의석을 활용해 상당한 정치헌금을 받아 당 운영비로 썼다. 7대 경우 전국구 당선권을 획득하는데 2천만원이 공식헌금이었던 것은 알려진 일이다. 그밖에 각 계파「보스」들이 따로 자금을 조달해 파벌정치를 해 왔다. 음성적으로 정치자금을 기업인들로부터 거두기 위한 방법으로 국회에서 폭로발언이 한때 통했다. 6, 7대 국회에서는 주로 차관사업과 관련해 국회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폭로발언이 많았고 8대 이후에는 기업운영상의 비리를 들추어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치자금을 둘러싼 이러한 흑막과 타락을 막으려면 정치자금의 공개와 엄격한 선거공영제의 실시 등 제도적 장치가 앞서야 할 것 같다.
정치자금의 공개는 입법회의에서 추진중인 정치자금에 관한 법개정작업이 끝나면 어느 정도 확립될 것이나 깨끗한 선거, 돈 안 드는 선거의 실시는 계속 과제로 남게 된다.
정당투표재가 아니고 종전처럼 후보자 개별투표가 지속되는 한 또 선거구가 현행대로 될 때 선거과열은 불가피하고 따라서 후보자들이 어느 정도의 돈은 쓰게 마련이다.

<공인비용 현실화 필요>
정계 일각에서는 금권타락선거를 봉쇄하려면 선거공영제를 보다 철저히 실시하면서 선거사범에 대한 응징을 강력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혁주도세력 쪽의 소식통은 현행 국회의원 선거법에 비현실적인 부분이 없지 않고 그 운영에도 문제가 있어 앞으로 법개정과정에서 이를 대폭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8년 총선 때 국회의원 선거에 소요된 법적 경비를 보면 서울의 경우 최하 6백32만원(강서구)에서 최고 1천1백18만원(종로-중구)으로 책정했던 것부터가 큰 모순이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그래서 이를 대폭 현실화하는 대신 위반자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77개 선거구를 기준으로 할 경우 법정경비로도 한 선거구 당 4천∼5천만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본 관계자는 선거벽보·공보·현수막·합동연설횟수 등을 늘려 공공비용을 증액시키는 대신 후보개인의 선거운동을 최대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대의원 선거에 앞서 실시했던 대의원선거에서 이상과열과 타락현상을 빚어 이것이 의원선거에 비친 영향을 고려해 대통령선거인단 선거를 깨끗하게 치른다는 방침이 세워져 있다.
무엇보다도 선거풍토를 바꾸는데 있어 정치문화자체의 변화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후보자에 대한 강력 응징이 강구되더라도 유권자들의 선거의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공명선거나 풍토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제도의 개선 못지 않게 후보자와 유권자의 자세와 인식의 변화가 먼저 요구된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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