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반대해도 서로 사랑하면 결혼|10년 전과 비교한 여성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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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나라 가정주부들은 10년 전보다 남녀평등·연애결혼 등을 더욱 비중 높게 평가하고 장남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는 등 의식구조가 옛것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돈이 생기면 금붙이나 땅을 사두는 것이 좋고 사업보다는 안정된 직장이 낫다는 생각도 늘어 「인플레」와 불황에 민감하게 적응하는 세태를 보였다.
사람을 쓰고 평가하는데도 집안과 학력보다 능력을 더 중요시하고 부정공무원은 더욱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의식도 두드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행동과학연구소(소장 이성진), 이훈구 박사「팀」이 올 들어 전국에서 1천여명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구조변화조사(정치·경제·사회·가정대상 28개 항목)에서 드러난 것으로 10년 전인 71년에 같은 설문으로 조사한 것에 비해 남녀평등, 전통적인 가족제도 탈피, 연애 결혼 등에 대한 주장이 10%정도 늘어났다.
이 조사에서 가정문제가 비중 높게 다뤄져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더라도 당사자들이 서로 사랑하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71년 조사(57%) 때보다 10.9%나 늘어(67.9%) 연예결혼관이 더욱 두드려졌으며 결혼식을 길일보다는 날씨가 좋고 양 가정이 편리한 날에 올리겠다는 주장도 10년 전의 47%에서 이번에는 59.6%로 12.6%나 늘어 인습탈피추세를 보였다.
더욱이 연애결혼 주장은 농촌에서 더욱 두드러져(55%에서 73.1%로 18.1% 증가) 70년대 활발한 농촌개발이 의식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음을 나타냈다.
또 여자라도 남자보다 똑똑하면 집안을 다스릴 수 있다는 주장도 10년 전의 53%에서 61%로 8%가 늘어났다. 장남이 부모와 떨어져 있어도 효도할 수 있다는 생각도 10년 전의 56%에서 61.3%로 늘어났다.
모든 자녀를 공부시킬 능력이 없을 때 장남만 공부시키는 것보다는 소질이 있는 자녀를 골라 교육시키려는 생각이 10년 전보다 12%(70%에서 82%)나 늘어 전통적인 장남선호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보였다.
사람을 쓸매 같은 고향 등 지연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47%에서 68.4%로, 직장에서 능력 있는 사람을 우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61%에서 73.3%로 늘어났다.
이밖에 높은 사람이 법을 어겼을 때는 체면을 볼 것 없이 일반시민과 똑같이 다루어야한다는 주장이 54%에서 78.3%로 24.3%나 늘어나 숙정에 따른 고급관리에 대한 인식도가 달라졌으며 동네 일은 중앙에서 시키는 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동네사람이 바라는 대로 해야한다는 주장은 51%에서 65.5%로 늘어 높은 자치의식을 드러냈다.
돈이 생기면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 금붙이나 농토를 사두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38%에서 39.8%로 1.8% 늘었고 요즘 같으면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62%에서 88%로 늘어났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조사「팀」은 ▲가정적 차원에서는 남녀평등의식·전통적 가족관 탈피 등이 두드러졌고 ▲사회적으로는 능력 본위를 강조하는 국민의 자신감이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민의를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의식과 개인의 인권존중의식이 크게 증진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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