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타율 3할대 삼성, 공포의 클린업 9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프로야구 올시즌 초반 삼성 타선이 불을 뿜고 있다. 선수 구성은 지난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지난해 부진했던 양준혁이 살아나고, 지난해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마해영이 초반부터 폭발적인 타격감을 이어가면서 역대 최고의 팀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은 기아(방어율 1.80), LG(2.57)에 모자라는 투수력(2.70)을 화끈한 공격력으로 너끈히 만회하면서 벌써 10연승을 거뒀다.

17일 현재 팀 타율(0.314), 팀 홈런(16), 팀 득점(71), 팀 타점(68) 등 팀 공격 주요 부문에서 압도적인 선두다. 개인 성적에서도 홈런 1, 2위(마해영·이승엽), 최다안타 1, 4, 5위(마해영·양준혁·브리또), 타점 2, 3, 4, 5위(마해영·양준혁·김한수·이승엽), 득점 1, 2위(브리또·마해영), 장타율 1, 2위(양준혁·마해영) 등 상위권을 삼성 선수들이 빼곡이 매우고 있다.

박흥식 삼성 타격코치는 "1987년 삼성이 세운 역대 최고 팀 타율 0.300을 깨는 것이 목표"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렇게 된다면 역대 팀 최고 타점·득점·홈런·장타율·출루율 등이 함께 경신될 가능성이 크다.

이만수·김성래·장효조·허규옥 등이 주축이었던 87년 팀 타율을 깨지 못하더라도 2003년 삼성 타선은 파괴력에서 당시에 뒤지지 않는다. 당시에는 타율만 높은 교타자와 홈런만 많이 치는 장타자가 확연히 구분됐지만 지금 삼성 타선은 상·하위 타선에서 장타력과 정교함을 고루 갖추고 있다.

현재 삼성 타선의 빈 틈은 3번 이승엽(타율 0.186)과 9번 박정환(0.242) 정도다. 하지만 이승엽은 홈런 공동 2위의 장타력이 여전한데다 곧 초반 부진을 털어낼 가능성이 크다. 박흥식 코치는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상대 투수가 쉬어 갈 곳이 없다"며 여유를 부린다.

물론 약점은 있다. 팀 희생타 부문에서 최하위고, 병살타도 가장 많다. 볼넷도 중위권에 불과하다. 삼성의 고질적인 문제인 팀 배팅의 부족이다. 바로 이 점이 대단한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역대 최고의 공격력이라고 평가받던 80년대 해태 타선에 비해 뒤지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스타 선수들이 팀을 위한 타격을 얼마나 해주느냐가 삼성이 해태처럼 많은 우승을 할 수 있느냐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