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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 떠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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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황제'의 고별무대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17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에서 벌어진 워싱턴 위저즈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경기. 마이클 조던은 15득점ㆍ4리바운드ㆍ4어시스트로 마지막 투혼을 불태웠지만 소속팀 위저즈는 87-1백7로 패했다. 승리를 기대했던 팬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아쉬움은 황제를 배웅하는 열기에 금세 묻혀버렸다.

경기 종료가 임박해지자 체육관을 가득 메운 2만1천여 관중은 너나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1984년 시카고 불스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유니폼을 처음 입은 이래 열번의 득점왕과 다섯번의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머쥐며 NBA 역사를 새로 썼던 '위대한 조던'에게 보내는 기립박수였다. 종료 버저가 울리고 한참이 지나도 박수는 잦아들 줄 몰랐다. 팬들의 환호에는 물기까지 배어 있었다.

조던은 고개를 숙였다. 코트를 딛고 있는 자신의 운동화만 바라보았다. 한참 뒤 그는 "농구는 나의 인생이었다"는 말로 입을 뗐다. 그는 "농구는 사람들이 내 인생으로 들어오는 통로였으며, 내가 사람들을 만나는 통로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구를 통해 삶의 가치를 깨달았다"며 "존경심ㆍ인내심ㆍ결단력ㆍ성취감 등 삶의 기본적인 것들을 모두 농구에서 배웠다"고 덧붙였다. 장내는 숙연해졌다.

고별경기가 벌어지기 직전에는 21년간 NBA 코트를 밟았던 모세 맬런과 줄리어스 어빙이 코트에 나와 조던을 힘껏 껴안았다. 조던의 마지막 플레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팬들은 경기 내내 플래시를 터뜨렸다.

1쿼터가 끝난 뒤에는 필라델피아 출신의 리듬 앤드 블루스 그룹인 '보이즈Ⅱ멘'의 히트곡 "이츠 소 하드 투 세이 굿바이 투 예스터데이(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에 맞춰 대형 화면에 그의 데뷔부터 현재까지를 담은 하이라이트가 방영됐다.

비록 패했지만 이 경기는 조던에게 바치는 경기였다. 2쿼터 막판에 조던이 덩크슛을 내리꽂자 관중석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경기 종료 4분13초 전, 56-75로 위저즈가 뒤지고 있을 때 조던이 벤치로 물러났다. 관중석에선 "우리는 조던을 원해!(We Want Mike!)"라는 구호가 계속 터져나왔다. 결국 2분 뒤 조던은 다시 코트로 들어섰다.

"다시 투입될 줄 몰랐다"는 조던은 파울로 얻은 두개의 자유투를 모두 넣고서야 벤치로 물러났다. 코트 위에 서 있던 양팀 선수들까지 모두 박수를 보냈다.

두번이나 은퇴를 번복했던 조던은 이를 의식한 듯 "이제 더 이상은 유니폼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은퇴 후 조던은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는 위저즈의 단장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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