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뉴 CLK 카브리올레 시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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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지난 9일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이 살았던 스페인의 '진주' 마요르카 섬.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신형 컨버터블 시승행사가 열린 이곳에선 5천5백cc 3백60마력의 엔진이 뿜어대는 기계음이 쪽빛 지중해의 훈풍을 거칠게 갈랐다.

출발점에는 지난 3월 제네바 오토쇼에 첫선을 보인 뉴 CLK 카브리올레 45대가 도열했다. 곧이어 지붕을 벗겨낸 차들은 햇살을 가득 머금은 채 절벽 위의 해안도로에 낮게 깔렸다.

운전석에 앉자 안전띠 고리가 자동으로 20cm 가량 앞으로 미끄러져 나왔다.안전띠를 뒤쪽에서 당겨야 하는 불편함이 덜어졌다. 자동 변속기어 아래의 버튼을 누르자 10여초 만에 지붕(소프트 톱)과 옆 창이 사라지며 시야가 확 트였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자 벤츠 특유의 묵직하면서 강인한 출발이 발끝에 전해졌다. 힘을 가하자 속도계 바늘이 곧바로 일어섰다.

출발에서 시속 1백km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6초. 제동과 코너링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시승객들의 유일한 불만은 서스펜션이 좀 딱딱한 것 같다는 정도.

1998년에 처음 나온 구형 CLK 카브리올레와 새 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뒷 좌석에 조수석 크기의 좌석 두개를 마련했다는 것. 앞 뒤 바퀴축의 간격을 늘려 내부 공간을 넓힌 것이었다. 행사 주최측은 '가족용 컨버터블'이라고 부르며 4인승임을 강조했다.

디자인도 많이 달라졌다. 앞 부분을 날렵하게 해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더욱 살렸고 후미등도 적.백 두 색으로 마무리했다.

안전성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늘 자랑하는 부분.전복 사고 때는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뒷 좌석의 머리 받침대가 튀어 올라 운전자와 승차자의 머리가 땅에 닿지 않도록 했다.

유사시 에어백은 앞과 옆에서 감싸듯이 작동되며 안전띠가 자동으로 조여진다. 앞 뒤 차량의 근접을 알리는 경고등도 있다.

한스 요하임 쇼프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 부문 수석부사장은 "30년 뒤 뉴 CLK 카브리올레가 명품 클래식 차의 대열에 들 것을 확신한다"면서 "이 차의 출시가 벤츠는 안전하고 튼튼하지만 참신하지 않다는 편견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뉴 CLK 카브리올레는 200, 240, 320,500, 55AMG 등 다섯 가지 모델이 개발됐다. 유럽과 미주에는 다음달 3일부터 출시되며 국내에서는 5월 1일 열리는 서울 수입차 모터쇼에 첫 선을 보인 뒤 6월 이후에 시판될 예정. 판매 가격은 320 모델이 9천만원대로 예상된다.

마요르카(스페인)=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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