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속에 이룩한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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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은 비록 짧은 역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수출사상 가장 어려웠던 한해였다. 나라밖으로는 세계무역이 둔화기에 직면해 있었으며 나라안으로는 더욱 큰 시련들이 잇달았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수출이 목표(1백70억「달러」)를 오히려 초과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은 각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성실하게 자신의 책무를 다한 근로자·기업인 그리고 정책당국의 노고를 높이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경제성장을 갈구하는 국민들의 말없는 성원도 컸다고 생각한다. 수출이 곧 그 나라의 경제력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국내외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극복하고 오늘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우리의 경제 잠재성장력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수출구조의 특징을 보면 주종 수출상품인 섬유류·전자제품·합판 등의 저조에도 불구하고 철강·금속제품·선박 등 중공업제품의 증가율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지역별로는 미-일 등의 주요시장이 여전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신장률에 있어서는 동남아·중동 등지가 부상하고 있다. 수출이 기동성 있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는 종합상사의 조직력이 활용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가 없다.
단일기업으로서 10억「달러」이상을 수출한 종합상사가 3개 사에 이를 만큼 종합상사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우리의 수출도 해외시장정보, 다양한 판매활동을 조직적으로 해야만 격심한 수출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향후 2백억「달러」수출을 앞두고 수출의 내용이 점차 전환해 가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지속적인 수출의 증가를 기하기 위해서는 이 전환기의 의미를 음미하고 이점을 최대한 살리는데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수출이 목표의 설정이나 독려로 이루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상품의 수출경쟁력은 그 동안의「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잠식 당한데다 올해는 기업의 설비투자저조까지 가세하여 수출 력이 더욱 더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수출력을 회복시키려면 국내의 물가안정,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는 일련의 정책적 노력에다 내수기점의 확대로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보장해 주는 경제환경의 조성이 요청된다.
예년과 같은 수출의 증가를 보이고 있음에도 국내경기에 대한 자극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국내시장에 바탕을 두지 않는 수출이란 전반적인 경기확산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 즉 수출상품 가운데는 내수의 부진으로 출혈수출이 불가피 함으로써 국내경기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미흡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지향해야 할 수출전략은 수출구조의 고도화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새겨야 한다.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서 해외시장의 규제장벽을 무너뜨리고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거두어야 한다.
따라서 상품의 부가가치 제고, 다시 말해서 강한 경쟁력을 실현하는 수단은 무엇인가.
필수적인 선진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흡수 소 화하는 기술혁신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품질관리로 제품의 하나 하나에 정성이 담기고 하자(하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우리상품의 가치를 살리는 최선의 방안은 품질관리에 있다.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갖가지「아이디어」로 시장을 개척하여 오늘의 수출을 이룩한 모든 이에게 한국경제 중흥의 영광을 돌리면서 수출의 날을 다시금 기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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