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새 얼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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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당 해산 후 6개월,「제5공화국」출범 전의 정치판도 재편인 점에서 얼마만큼의 신진이 참여하느냐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실체가 완전히 나타나려면 좀더 시간은 걸리겠지만 새 정당들이 투영하는「이미지」의 호·부호야말로 신당 추진세력들의 상태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라는 점 때문에 창당 준비단계에서부터 각별한 배려가 경주되고 있다.
이점에 있어 신 여당으로 출발한「민주 정의당」은 특히 절실하다. 사실상「5·17」조치, 광주사태 등 소요의 처리, 그리고 그 후각 방면에 걸친 혁신조치를 계속해 온 집권 진영으로서는 정치재개에 즈음하여 그들이 발진시키는 새 정당의「이미지」야말로 이제까지의 과도기를 결산하고 새 출발에 나서는 면모이기 때문이다.
반면 지도부와 중견 층이「부패」「비리」등의 불명예 속에 퇴장 당한 야당은 나름대로 새사람을 접어 넣어 새로운「이미지」를 조성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개혁주도 세력에 의해 타락·분열·정치혼돈으로 규정되었던 기성 정치. 특히 기성 야당으로부터 헤어나 새로운 자세를 가다듬는 일은 바로 새 야당 존립의 필수 불가결한 전제인 것이다.
민정당은 인적 구성 요소에 있어 발기 준비과정에서부터 세심한「이미지」관리를 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28일 첫모임을 가진 발기준비 모임을 보아도 발기추진 중추세력은 권정달·이종찬씨 등 정국 주도 인사가 담당하되, 2대 국회에 진출한 이래 혁신 정당을 인도하는 등 준 정치에 참여했으면서도 비리를 극복한 윤길중씨, 공화당 집권 말기 신민당 대변인으로서 대여 투쟁의 전위에 섰으면서도 이성을 견지한 박권흠씨 등을 과감히 포함시킴으로써「범 국민정당」 의「이미지」를 위해 철저한 배려를 기울였음을 알수 있다.
양 독립투사였던 유석현씨(민족 통일 촉진회 대표 최고위원) 같은 인사를 발기준비 위원장에 앉히고 이용희 송지영 정수창 김춘수씨 등을 발탁한 것이 특이한 인물배치의 예다. 노동계에서 이찬혁 이헌기씨 등 2명을 넣은 것도 관심이 간다.
또 군·언론계·학계·경제분야에서「참신한」사람들을 많이 발탁해 발기인 또는 지구당 조직책으로 내정해 놓고 있다.
준비위원회 발족을 야당보다 앞지르지 않으면서 발기인을 군 출신의 개혁주도세력, 각계 신진「엘리트」, 여성계의 김현자씨 등 과거 재야 인사까지 폭넓게 포용하는 반면 구 공화당과 유정회 인사를 대부분 준 여당 쪽으로 돌림으로써「새 얼굴」부각에 상당히 배려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27일 준비 회의를 가진 「민주 한국당」은 14명의 정치활동 규제 해금자와 고재청·한영수·유문열·손세일 입법회의 의원 등 18명만으로 준비기구를 구성함으로써 기성 정치인 중심의 출발을 보였다.
「10·26」후 정계에 진출한 손세일씨 같은 인사는 한때『창당 발기야말로 새 정당「이미지」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중요한 계기』라는 전제로『비록 발기대회가 여당보다 늦어 부진하다는 평을 듣더라도 새 인물의 영입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 재야의 정신적 지도자격으로 존경 받아온 학자출신의 C씨, 법조계에서 정계투신을 고려하는 신진세력, 언론수호 운동을 벌여온 P씨 같은 언론인등의 적극적인 영입을 야당 일각에서 내면적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준비와 발기를 서두르는데에 납득할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다. 신상우·유한열씨 같은 사람들의 설명에 따르면 △여당보다 늦으면 야당의 내분, 협의부진 인상을 주고 △전통야당의 저력을 과시할 필요도 있으며 △지구당 조직책의 내정으로도 생각될 발기인을 많이 정해버릴 경우 그밖의 영입 대상자가 기피하는 등이 열거되고 있다.
신당 조직책 신상우씨는 이러한 고려에서 발기인을 30여명 선으로 규제하되 학자·전직관리·법조인·언론인을 발기인에 포함시킨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당 지도부 구성에 있어 여당이 사무총장에 권정달, 사무차장 이종찬 입법회의 의원 등을 내정하는 등 개혁추도 세력을 주축으로 하되 과거 야당출신의 인사를 당의장에, 혁신계열의 윤길중씨를 기타 요직에 중용함으로써 범국민적 배합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제1야당 당수가 유치송씨로 결정되어 가고 있는데 대해서도 야당 참여인사들은 현 여건에 비추어 야당「이미지」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발기대회에 이어 이루어질 지구당 조직책의 선정에 있어서 여야는 모두 당선 가능성과 아울러 신당의「이미지」형성을 위해 신진을 대거 등장시킨다는 기본 입장이다. 신 여당에선「이상 8·현실2」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새 인물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신 야당에서도 정치활동이 허용된 10대의원 17명 외에 지구당 조직책의 과반수를 신진에 기대하고 있다.
신 여당은 현재 각 지역 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시·도책 거의 전부를 「뉴·페이스」로 정해 놓았다.
신당 추진 세력의 한 사람인 이종찬씨는 『지구당 조직책의 얼굴을 공포하면 더욱 새사람인 점에서 모두 놀랄 것』이라며 『비록 선거 실전에 불리하더라도 때묻지 않은 인물들을 선정하는 것으로 안다』고 예고하고 있다.
이점에 있어서는 야당도 많은 신진세력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16개구의 지역구 증설설 등 선거구 조정작업이 추진되고 있고(총 93개구)전국구 의원 후보까지 내세워야 하는 만큼 수요가 는데 비해 정계 숙정에 의해 10대 의원 기준으로 신 야당 참여가 17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빈 지역구는 기성원외 정치인이나 신진인사가 담당해야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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