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두 달 전 "동반자살" 예고 … 군, 못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 6일 출범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12일 경기도 연천 28사단 포병부대를 방문했다. 위원들이 내무반에서 인권교육을 받고 있는 부대원들을 살펴보고 있다. 11일 밤 서울 동작구 한 아파트에서는 휴가를 나왔던 같은 사단 소속 상병 두 명이 동반자살한 채 발견됐다. 두 사병은 각각 A, B급 관심병사로 지정돼 관리를 받아왔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이 일어난 육군 28사단에서 또 상병 두 명이 동반자살했다. 육군과 경찰에 따르면 28사단 소속 이모(21) 상병과 또 다른 이모(23) 상병이 11일 오후 10시40분 서울 동작구 모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입대 동기로 같은 생활관(내무반)에서 복무해왔다. 둘 모두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특별관리를 받아온 A, B등급 관심병사였다.

 육군에 따르면 이들은 휴가 두 달 전 동료 병사(일병)에게 “휴가 중 동반자살 하려고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후임 병사가 분대장(병장)에게 자살 위험을 알렸으나 분대장은 장난으로 여겨 간부들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들은 결국 휴가를 함께 떠났다가 같은 곳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른바 ‘자살클럽’을 모방한 듯한 병사들의 동반자살 사건이 발생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군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 11~14일 28사단이 운영하는 자살예방 프로그램에도 함께 다녀왔다.

 군 관계자는 “자살한 병사 가운데 21세 이 상병은 지난해 9월 부대에 전입 온 직후부터 ‘성 정체성에 혼란이 있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해왔다”며 “지난해에도 자살을 시도하고 탈영을 해 현역 부적합 판정을 내려 전역시키려 했으나 부모님이 반대해 군생활을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 상병 역시 “인성검사에서 자살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이 나와 국군 양주병원에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12일 검시를 끝낸 두 상병의 장례는 13일 오전 10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러진다.

 ◆또 다른 관심병사 총기 사망=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모 부대에서도 12일 A급 관심병사였던 윤모(21) 일병이 자살했다. 윤 일병은 오후 2시10분쯤 부대 사격장에서 실탄을 받아 사격 지점으로 이동하다 자신의 소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윤 일병 역시 자살을 시도한 경력이 있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11~12일 이틀 동안 관심병사 3명이 자살함에 따라 군의 관심병사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용수·강태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