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감염 스페인 신부, 지맵 투약했지만 끝내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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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AP통신은 라이베리아 선교 활동 중 감염된 스페인 신부 미겔 파하레스(75)가 12일 숨졌다고 전했다. 라이베리아에서 50년 넘게 활동해 온 파하레스 신부는 몬로비아에 있는 병원에서 감염자 치료를 돕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지난 7일 귀국해 격리된 채 집중 치료를 받았고, 시험단계 치료제인 ‘지맵(ZMapp)’을 투여받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윤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지맵’의 사용 허가 방침을 밝혔다. 검증이 덜 된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의료 윤리 문제가 제기됐지만 에볼라 관련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

WHO는 성명을 통해 “특수한 상황에서는 일정 조건이 맞다면 치료 효과나 부작용이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시험 단계의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이다”라고 밝혔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거의 유일한 해결 방안으로 꼽히지만 지맵엔 적잖은 한계가 있다. 미국 맵바이오제약이 개발한 지맵은 원숭이에 투여해 효능을 입증했을 뿐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거치지 않았다. 앞서 라이베리아 의료봉사 중 감염된 미국인 환자 2명의 증세를 호전시킨 바 있지만, 파하레스 신부는 치료 도중 사망했다. 공급량도 적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맵바이오제약은 이미 비축량이 바닥났다고 12일 밝혔다. 맵바이오제약은 “파트너 기업, 미국 정부와 함께 생산량을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수량이 너무 적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소량의 실험 약물로 서아프리카의 발병을 막을 수 없다”며 “기본적인 공중 보건과 감염 통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1013명, 감염자는 1848명이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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