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화제 수예서 특상 전숙자안내양|"제꿈을 엮는 마음으로 한올한올 떳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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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올 한올 뜰 때마다 제꿈을 엮어본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제1회 노동문화제 수예부문에서 작품 『학』으로 특상을 차지한 전숙자양(24·상만운수 안내양).
남색바탕에 눈덮인 솔나무, 그 위에 다소곳이 앉기도 날기도 하는 학들을 수놓은 8폭 병풍은 심사를 맡았던 국전심사위원들도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품 『학』은 8개월간의 인내가 창조해낸 각고의 결실이었다.
새벽5시부터 밤11시까지 콩나물시루같은「버스」속에서 짓궂은 승객들의 참을 수 없는 수모와 술취한 승객들의 행패를 받으면서 등하교시간의 학생들에게서는 국민학교 밖에 못나온 자신의 부러움을 승화한 것이다.
고향인 충남에서 4년전 상경한 전양은 빈농의 8남매 중 다섯째.
동생들만은 공부를 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안내양에 취직했다.
격일제근무를 하는 전양은 비번일이면 회사에서 마련한 수예교양시간에 빠지지 앉고 참가, 교양주임 김숙자씨에게 매듭과 수예를 배웠다.
남달리 손재주가 있는 전양은 친구들과 외출도 마다하고 수예에 열중해 기술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지난4월 안내양을 반대하던 아버지가 지병인 신장염으로 세상을 떠나자 더욱 수예에 열중했고 지난달에는 작품『학』을 마무리 지었다.
교양주임 김씨의 권유로 우연히 출품을 하게됐다는 전양은 『과분한 행운의 기회를 빌어 승객들이 조금만 따뜻하게 안내양을 대해달라는 부탁을 하고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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