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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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당」이란 말은 근세에 서구에서 수입된 외래어다. 「플리티컬·파티」의 직역.
서구적 개념의 정당은 하나의 「이데올로기」,곧 어떤 이념에 의한 정책체계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정연한 조직을 말한다.
서구의 정치문화는 흔히 「말씀」에 뿌리를 펴고 있다고 한다. 기독교의 성서에도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데올로기」란 바로 그「말씀」을 체계화한 것이다.
동양인의 발상은 좀 다르다. 서구와는 대조적이다. 「당」의 어원도 고대 주나라의 행정구역에서 비롯되었다. 5백호를 단위로 한 이를테면 통반과 같은 조직의 한 명이었다. 그 규모가 1만2천5백호에 달하면「향」이라고 했다 .따라서 「당」이라면 5백호의 촌리에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 이웃, 동지의 뜻도 포함하고 있다.
아마 한자 가운데「당」자만큼 뜻이 풍부한 글짜도 드물 것 같다. 무려 20여 가지의 다른 의미로 풀이된다. 그 가운데는『서로 돕는다』는 동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동양인의 발상은 『태초에 인간관계가 있었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말씀」보다는 인문의 유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당」이라면 지연·혈연·인연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서양의 「파티」는 「차가운 이념」의 결합이라면, 동양의 「당」은 「따뜻한 마음」의 결합이다. 하나는 정책을 조건으로 한 계약적 관계의 기능 집단이라면 다른 하나는 인간 공동체로서의 가족적인 집단과도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우리나라의 근세 정당들을 보아도 이런 끈적끈적한 인간관계를 엿볼 수 있다. 한민당은 그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서로 장단은 있다. 서구의 경우는 이념 경쟁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추구하는 체계적인 정책, 세련된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 동양적 「당」은 인간중심이 되어 자연히 보수성도 강하다. 그만큼 안정 지향적이다.
『자유론』의 명저를 남긴 「J·S·밀」은 바로 그 저서에서 두 가지의 정당을 지적했었다. 질서와 안정을 추구하는 정당과 진보와 개혁을 추구하는 정당. 「밀」은 『이들은 모두 건전한 국가의 필수 요건』이라고 했다.
바야흐로 우리는 신당의 계절을 맞고 있다. 민주 사회의 정당은 『조직된 여론』이다. 이제 나타날 정당들의 면모는 어떤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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