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6단은 지혜롭고 趙6단은 담백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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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2국
[제4보 (55~74)]
白·趙漢乘 6단 | 黑·柳才馨 6단

우상 귀는 이미 수가 났다. 튼튼하기 이를 데 없는 소목의 일자굳힘이라도 양쪽에서 육박당하면 수가 나게 되어있다.

더구나 지금은 주위의 백이 매우 강해 흑은 얼음 위를 밟듯 조심할 필요가 있다. 내집에 들어왔다고 화를 내는 건 금물이고 꼬리라도 떼주며 웃는 얼굴로 타협하는 것이 상책이다.

바둑에서 한번 집은 영원한 집이 아니다. 주위 상황이 변하면 집도 곤마가 되는데 지금이 그런 경우다.

가령 '참고도1'처럼 흑1로 이은 다음 한번 해볼테면 해보자고 5,9로 끝까지 버티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백10으로 뻗으면 한집도 없는 흑은 전체가 사지에서 허덕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柳6단의 흑55는 참으로 침착하고 지혜로운 자세다.

56으로 상변이 떨어져 나갔지만 장차 'A'로 뛰어들면 실리는 별게 아니다. 우선 55 때문에 61의 좋은 맥점이 성립해 흑도 한시름 덜게 됐다. 61에 대해 '참고도2' 백1은 무책(無策)의 수. 이보다는 '참고도3' 백1로 젖히는 수가 최강이지만 지금은 2로 끊는 맥점이 있어 무리다.

조한승6단은 62로 육박하여 64로 한칸 뛰었는데 담백하면서도 함축적이어서 고수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문제는 중앙 흑대마다. 초장에 거듭 얘기한 대로 이 대마가 흑의 부담이 되고 있다. 흑은 실리에서 앞서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수 보강하자니 곧장 추격당할 분위기여서 柳6단은 65의 요소를 두며 버티고 있다.

趙6단은 여전히 느릿한 호흡이다.68부터 72까지 중앙을 공격하는듯 하더니 다시 74로 삭감에 나선다. 사실 趙6단은 '잽'이 능하다. 직접 공격보다는 가볍게 툭툭 건들여 모양을 무너뜨린다. 때로는 그런 잽의 이득만으로 승리를 얻어내기도 한다.그 점은 젊었을 때의 조훈현9단과 닮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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