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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명예회복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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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추모제에서 유족들이 희생자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봄비가 내린 9일 오후 대구 2.28 기념공원.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아쟁과 기타의 애절한 반주와 함께 '4.9 통일열사 30주기 추모제'가 시작되자 주위는 숙연해졌다. 행사장 앞 추모단에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숨진 12명의 영정이 놓이고, 향불이 피어 올랐다. 단 위엔 명복을 비는 글귀가 펄럭였다.

행사 준비위 함종호 상임대표는 "정부가 유신독재 정권이 저지른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고 촉구했다.

재야 인사의 인사말과 사건경위 보고, 대구지역 투쟁경과 보고가 차례로 진행됐다.

희생자인 여정남(당시 30세)씨의 질녀 상화씨가 추모사를 읽어 내려가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여씨는 유족들의 한 맺힌 사연을 전한 뒤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울부짖었다.

2부에선 전통문화예술원의 오영숙씨가 추모 굿판으로, 시민들은 분향과 헌화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어 유족과 참가자들은 희생자 5명이 영면한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 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 추모제 준비위 신창일 집행위원장

"30년 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분들과 유족의 한을 풀어 줘야 합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추모제를 준비한 신창일(45.사진)집행위원장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 강화를 위해 '사법살인'을 저지른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정권이 눈엣가시였던 혁신.진보 세력을 제거해 영남에서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려 했다"며 "당시 사형 집행자 8명 중 대구.경북 출신이 5명이나 된 것도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 관련자는 26명으로 지금까지 사형 집행 8명과 옥사자 등을 포함, 모두 12명이 숨졌다.

그는 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 당사자.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함께 사건 조작 가담자의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79학번으로 2학년 때 제적된 그는 5.18 민주항쟁 동지회 사무국장과 대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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