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세계대회 24연패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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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서 23번 연속 우승한 한국바둑의 세계대회 우승행진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한국은 이세돌6단이 파워를 높이고 송태곤4단.박영훈4단 등 소년강자들이 빠른 속도로 떠오르며 완벽한 '드림팀'을 이루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부러움과 질시가 뒤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창호 혼자일 때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는데 이세돌까지 가세하면서 타도 한국이란 중국의 염원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신구가 뒤섞여 조화를 이룬 한국은 난공불락의 성채와 같다. 일본이 한국을 이기려면 10년 뒤를 내다본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

오는 27~29일 3일간 일본의 오키나와(沖繩)에서 한국.중국.일본.대만 4개국의 단체전인 제2회 CSK배 바둑 아시아대항전이 열린다.

3일간 리그전을 벌여 단번에 우승자를 가리는 이번 대회의 총상금은 4천만엔(약 4억원). 우승상금 2천만엔. 일본의 주식회사 CSK와 오키나와 현이 공동주최한다.

한국은 조훈현9단.이창호9단.유창혁9단.이세돌6단.송태곤4단 등 최정예 5명이 대표로 나서는 데 이들 면면을 보면 한국의 세계대회 24연속 우승은 따논 당상으로 느껴진다.

지난해 한국은 이 대회서 일본과 대만을 연속 5대0으로 꺾는 10전10승의 놀라운 성적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그때의 선수명단에서 박영훈4단만이 송태곤4단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일본기원은 지난해 이 대회 때문에 크게 곤욕을 치렀다. 정예멤버를 대표로 내세워도 어려운 판에 적당히 선수를 내세웠다가 영패의 치욕을 당하자 팬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결국 일본기원은 임원진들이 총사퇴하는 등 30여년 만에 수술대에 오르게 됐고 이 파동을 계기로 일본은 이후 국제대회에 최강의 멤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일본은 기성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9단, 명인 요다 노리토모(依田紀基)9단 등 강자들을 총 집합시켰다. 대만은 일본에서 활약하는 왕리청(王立誠)9단.린하이펑(林海峯)9단 등이 주축이다.

돌이켜보면 한국바둑이 세계 최강으로 떠오른 것은 10년이 채 안된다. 1989년 조훈현9단이 세계대회서 첫 우승을 따낼 때만 해도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이어 '3등'이었다. 이창호라는 걸출한 강자가 나타나고 유창혁이 가세하면서 서서히 패권을 장악한 한국은 이제 이세돌의 출현으로 일본과 중국이 부러워 마지않는 '드림팀'을 이루게 됐다.

1945년 중국에 공산정부가 들어섰을 때 중국의 천이(陳毅)부총리는 "중국역사를 돌아볼 때 바둑이 강해지면 국운이 융성했다"며 바둑 부흥을 주창했다. 그의 동상은 지금도 중국기원에 서있다. 천이의 말대로 한국은 지금 국운이 융성하는 시기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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