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이 소에 맞설 길은「동맹정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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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국민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미국은 알아야 한다.
50년대 초「아이젠하워」대통령은『「크리스머스」전까지 미국의 젊은이를 본토로』라는 선거구호에서 한반도의「재분할」의 길을 텄다. 그후「닉슨」은 선거공약에서「닉슨·독트린」이란 원리를 만들어 최종적으로 한반도로부터의 미 지상군 철수를 구상하였다. 다시「카터」는 그의 공약에서 한반도로부터「전술 핵과 지상군철수」의 실천을 공약하였으며 78년 말을 기해서 실제로 남아있던 l개 사단을 여단화 함으로써 명목상으로는 지금 한반도에서 미 지상군은 상징화하여 버린 것이다.
한미 관계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한반도 문제가 미국 선거의 쟁점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도리어 의아와 기대를 갖고 우리 국민은 지켜 본 것이다.
「레이건」정부의 기본 성격은 앞으로 자연인「레이건」에 있다기보다「카터」가 장악하지 못하였고 그리고 실망한 미국의 중심체제인 금융자본계·재계·지식상층 구조 등을 포함하는「미국의 백인」이라는 보수세력이「레이건」의 배후로 돌았다는데서 이들 심층의 영향으로부터 많은 미국의 새로운 진로가 결정되리라 볼수 있다. 더우기 미국의 군사적전 통에서 생각할 수 없는「싱글로브」의 반란에서 보듯이「카터」는 보수세력의 일부이며 상징인 군부의 지지도 받지 못하였던 것이다. 따라서「레이건」의 상징은 결국 미국의 각양한 금융 자본계와 재계, 지식상층 구조와 군부라는 보수세력을 기초로 함으로써 결국 소련에 대한 태도가 기본적으로 달리 나오게 되리란 점이「카터」와의 기본적 차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레이건」에게는 큰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그 하나가「닉슨」이래「카터」에 의해서 계승되어온 구조적인「닉슨·독트린」의 수정문제다. 이「독트린」은 군사기술상으로는「아시아」의 대륙 지상기지의 포기를 통한「아시아」모든 나라의 자원에 대한 접근과 수출의 생명인「아시아」의「수노」를 장악함으로써 미국의 군사방식이「대륙정책」으로부터「해양정책」으로 돌입한 것이었다. 바다를 장악함으로써 대륙까지 제어한다는 정책이다. 따라서「대통령 정책 각서10」에서 보듯「아시아」에서「기지선」은「괌-하와이」선으로 후퇴했다. 또 정치적으로는 미국이「아시아」의 민족주의와 타협함으로써 중공을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그러나「아시아」의 이런 정책과정에서 미국은「자유의 포기」라는 정책으로 들어가게 됐다.「자유세계」라는 질서대신「세력 균형」, 측 중공으로 하여금 소련을 견제케 하며 동시에 일본을 견제한다는 기본구조를 구축하고 진행시켜 왔던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새 대통령「레이건」이「닉슨·독트린」에 기본적인 수정을 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닉슨·독트린」의「해양정책」은「아프가니스탄」침공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시련을 맞았다.
1907년 영국이「페르시아」(이란) 와「아프가니스탄」과「티베트」지역으로의「러시아」의 진출을 막아 놓았었는데 이 지역을 소련이 침공한 것이다.
이로써「닉슨·독트린」약점이 노출되었다. 소련은「육지로부터 육지로」침략한 것이다. 미국의 인도양 함대는 속수무책이었다. 앞으로 소련이 육지로 연결되어 있는 중공을 침공할 경우 중공이 소련에 굴복할 수도 있으며 세계 경치는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닉슨·독트린」의 수정없이「레이건」의 대소 군사우위 정책은 그것 발도 디딜 수 없게 되어있다.「키신저」는「아시아」에서「자유세계」라는「이데올로기」적 본질을 지워버렸다. 「키신저」의 현실 정책이었다.
미국의 월남 포기는「아시아」에서 민족주의와의 타협 대신 자유를 포기한다는「메테르니히」적 세력균형 혹은 대국주의 정책에서 나왔고 한반도도 장기적으로 그같은 변화가 예상되어 왔던 것이다.
「레이건」은「자유세계의 부활」을 외치고 나왔다. 「낡은 우방」과의 협조를 외쳤으며 심지어 회학과의 관계까지 시행착오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정도의 패기다.「월남식 배반」을 하지 않겠다고도 말하였다.
그러나 자유세계의 부활에는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기초로 하는「군사선」이 봉쇄 정책 때처럼 필요한 것이다.
세계적 지도력을 갖는 미국의 책임없이「자유세계의 부활」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과연 지금의「인플레」를 극복하면서 국방비를 소련을 압도할 정도로 지출할 수 있는 자원이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번 선거예서는「인플레」가 최대의 국내문제였다. 미국에 돈이 없는 것이다.「레이건」의 선택은 막강한 힘을 기초로 하는「봉쇄정책」으로의 복귀도 불가능하며 그렇다고「닉슨·독트린」에 따라 미국의 군사선을「하와이-괌」선으로 후퇴시킬 수도 없다는「딜레머」에 직면할 것이다. 여기에서 미국의 제3의 길은「동맹 정책」(Allisnce Policy)밖에 없다고 본다.
이 모든 논의와 문제점은 한반도에 깊이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이 불가피하게 전개할 동맹정책에서 우리는 미국을 설득할 민족과 생존의 논리와 경륜이 있어야 한다. 이점에서 우리의 대미 접근은 근본적인 새로운 방식이어야 한다. 우리는 80년대라는 치명적인 시기를 앞에 놓고 과거에 그러했듯 다시 한번 미국의「힘」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자체의 민족적 논리가 있는가하는 문제이며「민족과 자유」라는 가치를 균형있게 잡아가면서「레이건」이 말하는「자유세계의 부활」의 일원이 될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는 문제다. 미국과「레이건」은 자유세계에 충실하였던 한국을 힘껏 이끌어 줄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이기택<연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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