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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석방설"쑥 들어가고 대규모 반미 집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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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테헤란=장두성 특파원】「이란」학생들의 미 대사관 점거·인질사건 1주년인 4일 약10만명의「이란」인들이「테헤란」중심부의 미 대사관 주변에서 반미 시위를 벌였다고 이들은「카터」미 대통령의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이중 약2만명이 인질사태 후 처음으로 공개된 미대사관으로 들어가 군중대회를 열었다.
이날의 미국 대사관의 모습에서 이곳이 한때 중동지역의 최대의 미국 대표였다는 인상을 찾아볼 만한 표시는 누런「페인트」칠로 더렵혀진 정문 기둥의 미국 문장과 구내에 가끔 붙어있는『시속 10「마일」제한』이라고 영어로 된 팻말뿐이었다.
정문을 들어서면서 옆으로 길게 세워진 단층 건물 벽에는 군중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는 「호메이니」의 무수한 사진「포스터」들이 붙어있었고 그 뒤로 세워진 주택 벽에도 험하게 갈겨 쓴 반미 구호의 낙서들이 마치 위장「페인트」처럼 한때 단아했을 건물들의 외모를 유린해 놓고 있었다. 그런 건물 앞에서 비슷한 비율의 군복 청년과 평복의 학생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아침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시위 군중들은 정오를 지나면서 대사관 정원을 꽉 메웠고 미처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대사관 앞길을 메워 통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한 집계로는 대사관 정원에 2만명, 정원 밖에 8만명 모두 10만명이 이날 시위에 참가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의 물결을 비집고 일단의 가장 행렬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이라크」 대통령「사담·후세인」의 탈을 쓰고 머리에는 미국 성조기로 만든 모자를 쓴 젊은이가 원숭이 탈에 역시 똑같은 성조기의 모자를 쓴 여러명에 둘러싸여 마차를 끌고 가는데 마부는 같은 복장에 종이로 만든 M-16소총으로 연방「후세인」의 머리를 갈기고 있었다.
그의 가슴팍에는「이란」어로『레이건』이라고 쓰여 있었다.「카터」는 어디 있을까 찾아보니 온통 이빨로 얼굴 전체를 뒤덮고는「카터」의 머리가 저만큼 혼자 떨어져서 뒤따르고있다.
「이란」지도층은 인질문제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든가,「레이건」이나「카너」나 다같이 미 제국주의자이기는 마찬가지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이 가장 행렬은 미 대통령으로 는「레이건」보다「카터」를 더 지지한다는 의사를 솔직히 표명하고 있었다.
1년전 회교도 학생들이 이곳을 점거할 때 그 행동이 어느 정도 자성적이고 혁명적이었는지 알수 없지만 이날의 시위는 잘 조직되고 동원된 인상을 풍겼다. 국민학생들이 선생님의 지휘를 받으며 들어오는 대열이 여럿 보였고 직장 대표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날을「학생의 날」로 정한「이란」당국은 이 시위를 위해 학교를 쉬게 했으며「바자」(「페르시아」 시장) 도 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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