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수비실수'로 날린 1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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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초 2사 1, 2루. '툭' 하고 밀어친 타구는 2루수 마이클 영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박찬호의 시즌 2승과 팀의 3연승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듯 했다. 그러나 공은 영의 가랑이 사이를 빠져나갔고, 관중석과 텍사스 레인저스 덕아웃에선 긴 탄식이 이어졌다.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가 호투를 펼쳤으나, 수비실수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17일(한국시간) 홈구장 앨링턴볼파크에서 벌어진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한 박찬호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으나 승리와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다. 볼넷을 한 개만 허용할만큼 제구력이 안정됐고, 마운드에 머문 6회까지 73개의 투구만을 던져, 이닝당 12개를 기록했다. 6이닝동안 피안타 5개를 맞았지만 실점은 2점에 불과했다. 방어율은 9.28에서 7.02로 대폭 낮아졌다. 박찬호는 6회를 마치고 마운드를 애런 풀츠에게 넘겼다.

바람직한 변화였다. 구속은 빨라지지 않았지만,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과 장기인 커브를 앞세워 적극적인 투구를 보인 것이 호투의 원동력이 됐다. 경기초반 조심스러운 투구를 펼치던 박찬호도, 4회부터는 12명의 타자를 맞아 초구 스트라이크를 7개나 잡아내며 타자와의 승부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그러나 왼손타자 승부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5개의 안타가운데 4개가 왼손타자에게 맞았고, 볼넷 1개도 왼손타자에게 허용했다.

레인저스는 7회말 칼 에버렛과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백투백홈런을 치며 6-2로 점수차이를 벌렸으나, 8회초 실책과 함께 7점을 내주며 9-8로 역전패했다. 로드리게스는 9회말 2점짜리 홈런을 터뜨리며 한 점차로 따라붙었으나, 승패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승리를 얻지는 못했지만, 부상과 부진의 긴 터널을 달려온 박찬호에게 끝을 알리는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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