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스위스」 시계 범람으로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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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 번화가 유명 시계점에서는 요즘 고객과 상점 주인간에 「가짜 시계」 시비가 드물지 않다. 대상은 주로 「메이드·인·스위스」의 고급 시계로 고객은 「종신보증서」까지 받고 산 시계가 얼마 안가 고장, 엉터리 가짜였다는 항의이고 상점 측은 가짜 시계를 판 일이 없다는 주장이다.
「스위스」제 고급 시계에 가짜가 많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근년 들어 가짜 「스위스」제 시계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여서 시계 왕국의 제조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 세계에 번지는 열병 같다.』 가짜 「스위스」제 시계의 범람을 이렇게 표현한 「스위스」 시계 제조업자 연맹의 한 간부는 가짜를 막기 위해 별별 묘안을 다 짜내지만 가짜 시계 제조업자들의 「빼어난 재주」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혀를 찬다.
가짜의 홍수에서 진짜를 지킬 기술적인 방법이 없다면 결국 가짜 시계를 눈에 띄는 대로 사들여 폐기하는 것이 상수지만 그 비용이 적지 않다.
「연맹」 측의 통계로는 매년 1천만개 이상의 가짜를 사들이는 비용이 25억「프랑」( 3천7백50억원) 이나 되지만 전문가들에게조차 가짜의 식별이 쉽지 않은게 문제다.
이들이 밝혀낸 가짜시계 제조 방법은 대체로 일제나「이탈리아」제 시계에「메이드·인· 스위스」표시를 하는 원시적인 것으로부터 고급시계의 시계판 등 겉모양만 교묘히 위조, 값싼 시계의 부속을 넣는 것, 겉과 속을 온통 위조하는 것, 진짜 고물 시계를 새 시계처럼 꾸미는 것 등으로 나뉘지만 어느 경우나 진짜·가짜의 분간이 어렵다.
전문가들도 시계 뚜껑을 열어 부속의 톱니바퀴 등을 정밀 검사한 후에야 겨우 진짜 판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다.
「스위스」 시계 중 「뮈스트」는 합성 「새파이어」등 보석 장식으로 가짜 예방에 성공, 한동안 버텼으나 얼마 못가 가짜에 함락되고 말았다.
「카르티에」는 지난해 1천8백개의 가짜시계가 발견됐으나 올해는 그 세배쯤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스위스」의 시계 제조업자들은 자신들의 상표를 지키기 위해 가짜색출 전담반까지 두고 가짜 제조업자들에 관한 각종 정보수집·출장조사는 물론 보증서 발행 제한 등 온갖 지혜를 다 짜내고 있으나 작게는「유럽」몇몇 나라에 있는 가내 수공업 형태의 가짜 공장에서, 크게는「아시아」를 상대로 한「홍콩」의 대규모 공장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에 널려 있는 가짜업자들을 응징할 방안을 아직은 찾지 못하고 있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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