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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2천만명이 지켜본 두 미대통령 후보의 TV토론|"「리건」이 우세했다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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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카터」와 「리건」간의 TV대결에서는 60년 선거당시의 TV토론을 사로잡았던「케네디」와 같은 영웅도 없었고, 76년 토론 때 실언으로 크게 손해를 본「포드」와 같은 패배자도 없었다.
권투경기에 비유한다면 두 후보는 주로 득점위주의「잽」을 주고받았으며 결정적인 KO「펀치」는 나오지 않았다.
「뉴옥·타임즈」의 「제임즈·레스턴」은 결정적 승자나 패자가 없는 이번 토론을 두고 깨끗한 대학축구에 비교하면서『정중하고 교양 높은 토론』이라고 칭찬했다.
민주당의「카터」후보는 대개의 경우 현직 대통령의 방어적인 점을 역이용, 처음부터「리건」에 대해 공격적인 자세로 나왔다. 「카터」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전쟁과 평화」논쟁을 들고 나오면서「리건」이 힘의 우세만을 주장하는 위험한 인물임을 부각시키려 했다. 또 막강한 유대인 표를 의식했음인지 PLO, 「이라크」, 「리비아」등의 「테러리즘」을 맹렬히 공격했고, 흑인과 여성들의 표에 대한 배려도 적절히 구사했다.
「이란」인질문제에 관한「카터」의 발언은 주목할만한 것이었다. 「카터」는 인질이 석방되고 나면 미국은 「이란」에 대한 무기판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카터」행정부가 주장해온 중립정책을 퇴색시키는 것이었다. 아마도「카터」는 며칠 남지 않은 선거일 이전에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희망에서 친「이란」적인 정치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공리당의「리건」은 「카터」의 잇단 공격에 시종 방어적인 입장이었으나 의외로 그는 「유머」와 미소를 섞어가며 「카터」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격해 나갔다.
그는 미국의 군사력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 위험한 인물이라는「이미지」를 벗기에 힘썼고 이러한 그의 시도는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리건」은 특히 「카터」의 최대약점인 악화된 경제문제와 사회보장제도 등을 공격하면서 『「카터」는 4년 전 선거 때 「포드」행정부의 고통절하(「인믈레이션」+실업률)가 12·5%라고 비난하면서 「포드」를 백악관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지금은 「카터」가 주장한 고통지수가 20%를 넘었다』고 공격, 유권자들의 냉철한 판단을 호소했다.
인질문제에 관해 계속 「10월의 경악전략」(옥토버·서프라이즈·스트래티지)을 경계해온 「리건」은 인질이 석방되고 나면 납치경위와 사건처리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 「카터」의 인질사건의 정치적 이용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말하자면 토론결과는 객관적으로 볼때 무승부이고, 잘 봐주면 공동우승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닷새밖에 남지 않은 선거전은 TV트론을 계기로 더욱 예측불허의 싸움이 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두 후보의 최대의 선거전략은 인구가 밀접되고 선거인만이 많은 소위 「빅·스테이트」의 공략과 아직도 태도결정을 못하고 있는 수많은 부동표세력 흡수에 집중되고있다. 「빅·스테이트」의 경우「리건」은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45명)와 「텍사스」(26명)에서 「리드」하고 있으나 「카터」는 「뉴옥」(41명)과「미시간」(21명)에서 앞서고 있다.
나머지 「빅·스테이트」인「펜실베이니아」(27명) 「일리노이」(26명) 「오하이오」(25명) 등은 막상막하여서 앞으로 이들 7∼8개 「빅·스테이트」의 향방이 이번 선거결과를 좌우할 것이 틀림없다.
토론직후 ABC와 NBC·TV가 70만명의 전국시청자들을 상대로한 전화조사에선「리건」이 67대33으로 「카터」에 비해 압도적 인기를 보였다. 그러나 이 조사는 정확한 표본추출에 의한 과학적 조사가 아니고, 일방적으로 방송국에 걸려온 전화를「컴퓨터」로 단순집계 한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7명의 토론전문가들이 공동으로 매긴 채점에선「리건」이「카터」를 1백61 대 1백60점(2백10점 만점)으로 근소하게「리드」했으나 사설을 통해「카터」지지를 선언했던「볼티모· 선」지는 「카터」가 더 잘한 것으로 평가했다.

<기습악수에 카터 당황>
두 후보는 불과5m 떨어진 연단에 서서 대결했으나 「스타일」은 예상했던 대로 극히 대조적이었다. 「리건」은 처음부터 여유 있는 태도였으나「카터」는 이보다는 긴강된 모습을 보였다. 노련한 방송인답게「리건」의 발성은 부드럽고 명료하면서도 여우가 있었으며, 「카터」는 이에 반해 냉철하고 꽉 짜인 답변「스타일」을 보였다.
「리건」은 토론 시간 때「카터」쪽으르 가『굿·럭(행운을 빈다)』하며 악수를 청하는 「연기」를 보였다. 「카터」는 잠깐 놀라는 빛이었으나 곧 미소로 응답. 끝날 때도「리건」이 먼저「카터」에게가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두 사람간의 태도는 역시 「대결」답게 팽팽하게 긴장된 모습이었다. 서로에 대한 언급이나 반박 등에서 자그마한 불꽃들이 수없이 튀었다.
「카터」가 「리건」의 「에너지」정책에 대해『우리의 계란을 모두 한 바구니에 담아 석유회사에 주는식』이라고 통박하자「리건」은 「카터」를 노려보았고, 「리건」이 「카터」를 『진짜 의사가 나타나자 당황하는 돌팔이의사』라고 했을 때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으나 정작「카터」는 굳은 표정. 「카터」가 「리건」의 고령(69세)을 슬쩍 암시하자 방청석에선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 기도.

<카터 지사시절 얘기 않겠다>
「카터」가 「리건」의 호전성을 들고 나올 것에 대비, 「리건」은『나는 생애 중 네 차례의 전쟁을 보았다. 내겐 아들과 손자가 있다. 나는 또한 세대가 피흘리는 것을 보고싶지 않다』고 선제방어하기도
「카터」가 「리건」을 비난할 때마다「리건」은 노련한 배우답게 놀라움이나 불신감을 나타내면서 「여유 있는 분노」를 구사하기도. 한번은「카터」가 맹공해 오자「리건」은『또 그 얘기 시로구먼』이란 말로 반박을 시작, 관중들을 웃기기도 했다.
「카터」는 「리건」의 감세 정책을 꼬집어『「리건」후보가 「캘리포니아」주지사 시절에 오히려 세금을 올리지 않았느냐』고 말하자「리건」은 『나도 「카터」후보의 주지사 시절에 대해 할 얘기가 많지만 하지 않겠다』고 가볍게 받아넘겼다.
「카터」가 「리건」의 호전성을 비난하기 위해 핵전쟁에 대한 딸「에이미」양의 얘기를 이용하자「리건」은 마치『또「에이미」얘기군』하는 식의 미소를 보였고 멀리「워싱턴」에서 이 토혼에「간접참여」한 「앤더슨」은『나는 꼬마 「에이미」와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느낀다』고 꼬집기도.

<「존·웨인」과 함께 서봤다>
토론이 끝난 뒤 「카터」는 『두 후보의 근본적 차이를 명확히 알려준 좋은 기회』였다고 만족감을 토로. 그러나「리건」은 누가 이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 자신을 살펴보니 상처는 없더라』고「조크」.
『현직 대통령과 토론하기가 좀 떨리지 않더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존·웨인」과도 한 무대에 서봤다』고 가볍게 응수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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