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정치풍토 쇄신법안|규제에 묶이면 다른 사람 지원연설도 못해|대상자들 자료 거의 이미 조사|중간에 해금하는 일은 거의 없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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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가보위 입법회의가 곧 제정할 것으로 보이는 「정치풍토쇄신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앞으로 펼쳐질 정계개편과 정치활동 재개의 가늠자가 된다.
정치풍토의 쇄신과 도의정치의 구현을 위해『정치적 또는 사회적 부패나 혼란에 현저한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한 정치활동을 규제함으로써(헌법부칙제6조4합) 선동·비리·파쟁· 권모술수·부정부패 등 폐습에 물든 구 정치인들을 정치의 장에서 추방하고 참신한 신인세력들로 「새 시대」의 「새 정치」를 꾸며보자는 것이 입법취지로 선명되고 있다.

<해방 후 네 번째 조치>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은 누가 어떤 기준에 의해 퇴장하고 무주공산의 정치무대에 등장할 새 주역들의 얼굴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려있다.
해방 후 공민권을 제한한 세 번의 선례를 미루어볼 때 이번의 정치풍토쇄신 입법에서는 10대 국회의원과 각 정당의 중앙위원급이상 서정쇄신과 관련해 퇴직한 2급 이상의 전직 공무원과 정계진출을 희망하는 전직 각료급 인사 객관적으로 당선가능성이 없으면서 습관적으로 출마해 선거분위기를 흐려온 사람 긴급조치 위반자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복권된 사람 중 현저한 부패·비리·문제점이 있는 사람 등이 규제기준이 될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새 법에 묶여 출마가 안되는 사람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재심신청을 할 수 있고 심사를 받아 구제될 사람도 예외적으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규제대상에 대해서는 객관적 대료를 갖출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쉽게 풀릴지는 의문이다.
특히 10대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이미 광범위한 자료에 입각해 적격여부가 세밀히 검토됐다는 얘기가 있으며 소수만이 계속 정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저버」들의 관측이다.
우선 김종비 이후락씨 등 권력형 부패 혹은 정치적 비리·국가기강 문란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10대 의원직을 내놓았던 사람들이 규제대상이 될 것은 확실하다.
이름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농업용수 개발에 청탁·압력을 넣은 것으로 발표된 의원과 이댁돈 예춘호씨 등 김대중 사건과 관련된 사람 및 부정축재가 문제된 전직 고위관리도 규제대상일 것이 확실시된다.
중앙위원급에서 다수는 규제대상에서는 빠지겠지만 앞으로 있을 정당의 국회의원후보 공천과정에서 또다시 걸러져서 결국 정치참여의 길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규제대상에 복권된 일부 긴급조치위반자를 넣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과격한 학생운동이나 반체제성 사의단체운동이 의회진출의 한 방법으로 오인되었던 과거의 일부 악례를 차제에 뿌리뽑겠다는 것이 새 정치 「엘리트」들의 확고한 의지로 풀이된다.

<재번 사실상 불가능>
소식통은「5·16」후의 정치활동정화법이 민주당시절의 공민권제한 대상자와 5대민·삼의원 전원, 민주당정부의 요직자, 민주·신민당 및 기타 혁신계 정당의 간부, 대·공사, 각 도지사 및 도의원, 국영기업체와 국책은 행의 장등 자유·민주당시대의 기성 그 위인사의 거의 모두라 할 수 있는 4천3백63명을 망라했던데 비해 정치풍토쇄신 입법에서는 규제대상 인원을 줄여 잡고있는 것이 특색이라고 지적했다.
정정법은「4·19」후 과정수반이었던 허정씨에게까지 「경치부패의 책임」을 물었고, 이한림 강영동씨 등은 혁명방해 인물로 대장에 넣었었다.
정정법은 규제대상 4천3백63명 중 적격판정을 통해 3천27명에게 부적격판정을 내렸는데 불과 1년만에 거의 다 풀어주고 이철승 양일간 신도환씨 등 2백66명만 법정만기(6년)인 68년8월15일에 해금했다.
새로운 입법에서는 규제대상자에게 공직선거에 있어서 입후보가 되는 일, 다시 말해 피선거권을 박탈할 것이 예상되는데 기간은 80년대를 통틀어 정치활동을 중지시키는 효과를 시도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해당자는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후보를 위한 지원연설이나 정당 모는 사회단체 결성의 발기·준비를 위한 직위에 취임하거나 가입하는 일 정치적 집회의 주최자 또는 연사가 되는 일 특정 정당·정치적 사회단체 또는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원조하거나 방해하는 일등도 할수 없어 사실상 정치활동 전반을 금지 당한다.
해당자가 이 같은 규정을 위반했을 때는 벌칙이 내려지는데 정정법의 경우 징역 5년 이하, 벌금 5백만원 이하로 되어있었다.
정정법은 규제대상자 중『혁명과업 수행에 현저한 공헌이 있다고 인정하는 자』에 대해 최고회의의장이 해금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는데「쇄신법」이 그에 준하는 조항을 둘지는 확실치 않다.
소식통은 『정정법이 지나치게 대상을 광범위하게 잡아놓고 해금권을 남용함으로써 정치의 독소보균자가 정치권에 대거 복귀했다』고 지적하고 쇄신법의 운용에서는 규제대상을 엄선하고 정치적 개재를 단호히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정권적 차원이 아닌 국민정신개조의 차원에서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풍토쇄신법의 전례는 멀리 1948년3월17일 미군정청법령으로 공포된 「남조선과도 장부 국회의원선거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헌의원을 뽑기 위해 만든 이 법은 일본정부로부터 작을 받았거나 일본 시회의 의원이 됐던 자 일제시대에 반임관 이상의 경찰관과 헌병·고수 경찰 등 밀정행위를 한자 일제 때 중추원부의장·고문 또는 삼의가 되었던 자 등의 피선거권을 제한했었다.

<5·16후엔 6년 규제>
두 번째 예로는「4·19」후 민주당정부시절 의원입법으로 제정된「반 민주행위 자 공민권제한법」이다. 이 법은『헌법 기타 법률이 보강한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 또는 침해했다』고 하여「3·15」부정선거를 저지른 자유당 인사들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5년에서 7년 동안 박탈하려 했으나 「5·16」으로 이행이 안됐다.
그후 정정법 이었는데 대상자의 적격여부를 판정하는 정치정화위원회의「멤버」는 이주일 (위원장)·이석제·조시형·유양수·김동하·손창규·김윤근씨 등 최고위원 7명이었다.
새로운 정치활동규제 입법이 실효를 거두려면 법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법을 운용할 「파워·엘리트」들이 얼마나 공정하게 정치적 보복인상을 주지 않고 대상인물을 골라내느냐에 달려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정치인들이 평균적인 한국의 지도층인사 전체보다 얼마나 더 특별히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었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하며 통치편의가 국민들의 여망을 오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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