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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연작벽화를 그린다-김형근씨가 외환은 본점 신축빌딩에서 제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은행 건물로는 동양 최대 규모로 신축중인 외환은행 본점「빌딩」(을지로 입구)1층 「로비」에 국내 최대의 벽화가 걸린다.
『과녁』으로 유명한 「리얼리즘」계열의 서양화가 김형근씨가 지난 5월 제작에 착수, 현재 50%정도 완성을 보이고 있는 세로 2m, 가로 10m크기의 벽화 2점이 각각 남쪽「로비」와 북쪽「로비」에 마주하여 걸릴 예정.
단일작품으로서는 78년 봄 변종하씨가 제작한 세종문화회관 벽화 『영광과 평화』(2·4×10·5m)보다는 약간 작지만 연작벽화로서는 최대작이다.
『북쪽 벽화는 여명을, 남쪽 벽화는 황혼을 상징하도록 구성, 전체를 통해 우주섭리를 나타내보고자 했습니다. 여명과 황혼의 반복이 바로 영원이 아니겠느냐』고 김씨는 반문한다
그래서 제목도 『영원한 비상』으로 결정했다고.
작년10월 대만 인도 태국 등을 거쳐 금년 4월의 일본방문을 마지막으로 동남아 벽화에 대한조사를 끝내고 화면 정리에 들어갔다. 「프랑스」에서 특별 주문한 대형 「캔버스」에 일본에서 삼나무를 들여와 쪄서 말린 다음 틀을 만들고 유기로 특별 제작한 못을 사용, 최대의 보존성이 유지되도록 화폭을 다듬었다. 벽면구성 역시 종래. 벽화와는 달리 이동 가능하게 만들었다.
벽화의 소재는 태양 달 산 하늘 구름 꽃, 그리고 새. 주체의 배경으로 즐겨 사용해 온 「모티브」들이나 여기서는 모두 똑같은 비중을 두어 한 공간 속에서 호흡이 되도록 구성한 것이 차이점이다.
또 이 소재를 추상적 「포름」을 통한 상징적 형태로 묘사한 것도 종래에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새로운 시도.
색상 역시 작가의 상상세계에서 느껴진 상징적 색으로 표현, 짙은 자주색의 달과 남색의 해 등 「동양적 환상」을 종래의 배경처리 「터치」로 그려 나간다.
『밑그림만 그리는데 4, 5개월 걸렸다』며 웃는 김씨는 그 동안 「에스키스」한 것만도 6백장에 물감 30「갤런」, 학 사진도 1백장이 넘게 찍었다고 털어놓는다.
작업시간은 상오9시부터 하오6시까지. 단 하루도 걸러 본 적이 없다.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휠·체어」에 앉아 그리기도 했어요. 팔은 워낙 단련이 돼서 괜찮은데 다리가 아직 시원찮아 고통을 느낍니다』고 고충을 말하는 김씨는 벽면이 너무 길어 한쪽 끝이 보이지 않아 감각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고.
『그 동안 그림 안 그린다고 욕도 많이 들었어요. 「벙어리 냉가슴」앓았다고나 할까요. 이것을 계기로 건축가나 건물소유주들의 의식이 변화해 좋은 건물에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소장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고 말한 김씨는 『벽화의 영향으로 자신의 그림에도 변화가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면서 얼굴 표정을 굳히기도.
12월말께면 벽화가 완성될 것 같다고 전망한 김씨는 『마치는 대로 열심히 그림을 그려 내년 후반기엔 개인전을 갖겠다』고 끝없는 의욕을 펼쳐 보인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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