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왕이 中 외교부장에 "정말 죄송하다" 사과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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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공개석상에서 면박을 당했다. 약속에 30분 늦었다는 이유에서다.

양국 외교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얀마에서 회담을 가졌다. AFP 통신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회담장에 왕 부장 일행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고 뒤늦게 케리 측이 도착했다. 왕이는 통역을 통해 “늦으셨다”고 말했다. 케리는 “미안하다”고 얼버무리며 회담을 시작하려 했다. 두 장관이 자리에 앉자 왕이는 정색을 하고 또다시 “미안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4시 반부터 30분 동안 당신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케리는 멋적게 웃으며 “정말 죄송하다(I am very, very sorry)”라고 정식으로 사과했다.

외신들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 영해 분쟁 등에서 미국과 의견 충돌을 빚고 있는 중국이 이번 미·중 회담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약속시간 지각을 활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이 자리에서 왕이는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분쟁 지역 문제에 미국이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에 케리는 “남중국해 문제에서는 어느 한 쪽에 서지 않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왕 부장은 전날 중국-아세안(ASEAN) 외교장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은 주권과 해양권익을 수호하겠다는 뜻이 확고하다”며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일부 국가의 제안이 다른 새로운 것을 노리고 있다면 중국과 아세안 국가의 공통이익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국가의 제안’이란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자’는 미국·필리핀의 제안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사진=9일(현지시간) 미중 외교장관회담에 30분 늦게 도착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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