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경북 영주 경상전문대 교수로-시인 예종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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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주 쪽 사람들은 감과 사과만 먹고사는가. 그럴리야 없겠지만 구절양장의 죽령을 넘어 경북 풍기·안정·영주로 가까워지면서 집집마다 꼴짜기 마다 감이요 사과였다.
잎은 이미 시나브로 떨어졌고 빈 가지에 억척스레 매달려있는 감이나 사과를 보면 흡사 이곳 사람들은 그 감이나 사과에만 온 운명을 다 걸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시인 예종숙씨(46)는 경북 청도가 고향이다. 대구에서 대학 강의를 하다가 72년 영주로 옮겨 지금은 영주문단을 이끌면서 영주경상 전문대교수로 있다. 예씨는 60년 「자유문학」에 시 『맑은 눈』이 추천되면서 「데뷔」했다. 「석화」「순수문학」의 동인으로 꾸준하게 시업에 몰두해왔으며 『형상』『예종숙 시집』『빗속의 안개』등 시집을 갖고있다.
예씨의 시 세계는 생활속에서 잃어 가는 인간정신의 회복을 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독·상실·허무가 주조를 이룬다.
낙동강 상류, 서천을 끼고있는 영주는 맑고 정리된 마을이었다. 지난 4월 시로 승격되었다하지만 인구는 7만8천여명, 전원의 분위기와 정취는 그대로 남아 있다.
변두리 읍내 외따로 떨어진 한 술집의 작부가 가게 기둥에 등을 기대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 마는-.』 가을비처럼 여리게 흐르는 그 청승스런 노래와는 달리 여인의 눈엔 웃음이 가득했고 노래에 박자라도 맞추려는 듯 도시에서 온 낮선 이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이 엉뚱한 풍경까지 늦가을의 여린 햇살같이 따뜻하고 정감스럽게 느껴진 것은 웬일일까.이 곳에 아직도 살아있는 인정이 가득한 전원이기 때문일까. 【글 김준식 기자 사진 김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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