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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 나선 486, 박영선 밀어주고 박원순과 연대 모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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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호 07면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국민공감혁신위원장)으로 추대된 박영선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계파 간 합종연횡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7·30 재·보궐선거의 참패가 당의 계파 지형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7·30 참패 새정치연합, 계파 합종연횡 급물살

 우선 당권파였던 김한길·안철수계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손학규 전 고문이 정계 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비노(非盧) 진영이자 중도 성향의 대표 계파인 손학규계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당 쇄신의 우선과제는 계파정치 청산”(천정배·이언주 의원 등)이라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기존 계파의 경쟁력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데다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 주류 대 비주류라는 식의 이분법에서 이탈해 중립지대로 향하는 의원도 하나 둘 늘고 있다.

“비대위 체제, 박영선+이인영 합작품”
최근 새정치연합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이들은 단연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그룹이다. 독자 486, 친노 486, SK(정세균) 486 등으로 분화되면서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대 교체 주장이 힘을 받으며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 중이다. 특히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국민공감혁신위원장)으로 추대될 수 있었던 데엔 이인영·우상호 의원, 임종석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486 독자그룹’의 지지가 강력했다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번 비대위는 ‘박영선+이인영’의 합작품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그는 “이 의원과 이념적 궤를 같이하는 김기식·남윤인순 의원 등 사회단체 출신이 힘을 보탠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486 독자그룹과 사회단체 출신 의원들은 현재 새정치연합 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의 주요 멤버다. 이 관계자는 “계파가 없는 박 원내대표로선 자신을 지탱해 줄 지지기반이, 인지도가 약한 486그룹은 대중성이 강한 정치인이 필요했다.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했다.

 486 독자그룹은 ‘이인영 486’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의원이 전대협 초대 의장으로 운동권 출신 중 상징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그간 국회에 입성한 뒤에도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채 줄곧 독자 행보를 해 왔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은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계파 청산을 위해선 지역위원장 등을 선출하는 데 있어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관계도 주목 대상이다. 현재 박 시장은 야권의 대권 후보 1순위로 꼽히나 당내 입지는 약한 편이다. 박 시장이 정무부시장에 임종석 전 의원을 임명함에 따라 그를 연결고리로 한 박 시장과 486 독자그룹 간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박영선 비대위 체제 출범에 박지원계의 측면 지원도 있었다고 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호남(김대중계)과 민주화 세력(김근태계)의 결합체였으며, 현재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박 의원의 동의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 2년 전에도 박 의원은 친노 대표주자인 이해찬 의원과 연합해 이 의원이 당권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의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문성근으로 대표되는 친노 계열은 지난해 당을 떠났고, 이해찬·한명숙계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현재로선 문재인계가 친노의 적자로 남은 셈이다. 하지만 문 의원이 계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본인만의 비전을 뚜렷이 부각하지 못함에 따라 여전히 범(凡)친노의 그늘 아래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계가 응집력을 가질지는 문 의원의 내년 초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세균계도 분화 조짐이다. 좌장 격인 전병헌 의원은 이미 계파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대정치, 계파정치를 뛰어넘어 21세기에 맞게 (당의) 체질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최재성·오영식 의원 등 계파 내 486그룹도 제각각 독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 의원은 “한국 권력지형이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이기 때문에 계파가 득세한다. 분권형을 도입해야 계파정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계파가 이익단체 변질” 비판의 소리
왜 야당에서 계파정치가 득세하는지에 대해선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을 떠올릴 수 있다. “대권을 잡지 못한, 주인 없는 정당이기에 사분오열할 수밖에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과연 현재 계파 청산이 새정치연합의 지상과제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초선의 홍종학 의원은 “막상 국회에 입성하니 단순화할 수 없는 계파별 고차방정식이 있지만 대립이 심각하진 않았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2012년엔 당권·대권 주자가 한명숙-이해찬-문재인 등 친노로만 점철되자 친노 대 반노의 대결이 극에 달했지만, 그 이후 김한길 대표 체제에선 계파 갈등이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계파 문제는 당권·공천권을 둘러싸고 폭발하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닐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선거에서 이토록 참패했는데 누가 계파 이익 운운하겠는가. 잠복해 있다 전당대회 룰을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재 야당의 계파는 일종의 이익단체로 변질돼 있다”고 말한다. 줄 서서 충성 맹세하고, 공천 받고, 정치자금 나누는 식의 과거 계파 행태와는 다른 양상이라는 진단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위계질서는 약해졌지만 필요에 따라 이 계파 저 계파 기웃거리는 철새 정치인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종의 생계형·비즈니스형 계파가 출현하는 꼴이다. 우상호 의원은 “특정인에 따라 모이는 계파정치에서 가치와 정책, 노선에 따라 결합되는 정파정치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조건적인 계파 청산은 비현실적이며 오히려 계파를 드러내 놓고 건강한 경쟁관계를 수립하자는 의견도 있다. “친노가 단지 노무현의 똘마니는 아니잖은가. 노 전 대통령의 탈권위와 기득권을 넘어서려는 철학을 함께했기에 친노가 만들어진 거다. 사람과 철학이 따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야권에 계파가 난립하는 건 뚜렷한 이념과 비전을 갖춘 정치인이 없다는 방증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설파하고 그에 동의하는 계파를 떳떳하게 만들어야 대권도 다시 잡을 수 있다.”(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

최민우·백일현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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