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음악 언어 제대로 가르쳐야 세계적 콘텐트 나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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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음악은 곧 서양음악을 뜻한다. 대학에는 국악과와 양악과가 아닌 국악과와 음악과가 있다. 심지어 국립 예술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음악원과 무용원, 그리고 거기에 속하지 못한 전통예술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자주권을 잃어버린 우리의 음악, 이것이 바로 국악의 현주소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국악 수난사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부터 비롯된 일본식 음악교육에 익숙해져 있다. 전통음악을 배제한 일본식 서양음악 교육은 중장년층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일본음악, 또는 일본식 서양음악과 한국의 전통음악을 구분하지 못한다. 한국 대중가요는 일본 엥카(演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우리가 어린 시절 신나게 불렀던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우리 집에 왜 왔니’‘아침바람 찬바람에’‘짱껨뽕’ 등의 놀이와 노래가 모두 일본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해방 이후 우리의 학교 음악교육은 국악을 철저히 외면했다. 제1차 교육과정(1946~54)부터 제5차 교육과정(87~92)까지 긴 기간 동안 국악의 비중은 고작 5~6%를 넘어서지 못했다. 제6차 교육과정(92~97)에서 약 30%, 제7차 교육과정(1997~2007)부터 비로소 4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국악인들이 투쟁하다시피 해서 얻어낸 결과다.

음악교육에서 서양음악의 주도적 점유는 일제강점기 일본 유학을 다녀온 음악가들로부터 비롯되었다. 여기에 조선시대 신분이 낮았던 전통 음악인들에 대한 뿌리 깊은 신분차별 의식도 한몫했다. 그 다음 세대에서는 이탈리아나 미국 유학 러시로 서양음악은 우대되고, 국악은 천대받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서양음악 전공자들은 국악 같은 걸 왜 하느냐고 비아냥댄다. 자기 나라 음악인 국악의 진면목을 모르면서도 당당하다. 이러한 인식은 음악교육과정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음악과 교육과정과 음악 교과서의 작업에는 대부분 서양음악전공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고, 교대나 사대 역시 서양음악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짜고 있다. 이들은 뒤늦게 음악교육에 끼어든 국악에 절대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교과서의 국악 비중은 높아졌지만 이를 교육할 인적 자원 확보와 시스템 구축은 여전히 요원하다. 우선 국악 전공 교수가 턱없이 부족한 교대와 사대에서의 국악교육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초·중등학교에서 국악을 빼놓고 가르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모르기 때문에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장의 음악교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5차 교육과정 이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인 것이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이런 현상이 당연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들의 고유 음악교육에 힘쓰는 나라들도 많다.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민족음악을 중심으로 음악교육을 한다고 한다. 그들은 ‘자기 말(음악)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의 말부터 배울 수 있는가’라고 이야기한다.

국악은 한국인의 얼이 깃든 소리다. 한국인 고유의 정서를 담는 도구이자 음악언어다. 국악은 세계가 인정하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음악언어를 가지고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로 만들 때 비로소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될 것이다.

김혜정 경인교육대 음악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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