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치사로 3년형 살 것…" 군 간부, 이 병장 가족에 전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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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윤모(20) 일병 구타 사망사건을 수사했던 군 당국이 초기 조사 때부터 가해자의 혐의를 ‘폭행치사’로 단정하며 안일하게 수사에 임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증언이 나왔다.

윤 일병 사건의 주범 이모(26) 병장의 동생(23)은 지난 5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이 난 직후 헌병대 간부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 형의 구금 사실을 알려 주면서 ‘폭행치사로 3년 정도 형을 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해 줬다”고 말했다. 군 복무를 마친 대학생인 이 병장의 동생은 “‘살인죄’가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헌병대 간부가 이 병장 가족의 충격을 고려해 ‘3년형’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헌병대와 군 검찰이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수사를 벌였거나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시키려 했을 수도 있다. 군 검찰은 실제로 이 병장 등의 피고인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가 최근 이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자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육군은 9일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대령급 군판사 대신에 장성급 군판사를 윤 일병 사건 1심의 재판장 자리에 앉히겠다고 밝혔다.

이 병장의 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면회를 갔을 때 인솔하던 군인이 러닝셔츠 차림에 모자도 안 쓰고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평일 근무 병사가 그런 차림을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부대의 기강 해이가 사건이 일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 병장은 면회 장소에서 “(피해자) 가족에게 미안하다. 내가 죄를 지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도대체 왜 그랬느냐’고 어머니가 묻자 형은 ‘간부가 시켰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 병장이 언급한 ‘간부’는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유모(23) 하사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에서 유 하사의 역할에 대한 면밀한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이 병장의 동생은 “충격을 받아 한동안 식사를 못한 어머니는 ‘피해자 가족과 사회에 죄송할 뿐이며 (우리가) 억울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경남 창원시의 이 병장 집에서 이뤄졌다. 당시 집에는 동생만 있었다. 그는 형이 후임병들에게 “아버지가 조폭”이라고 말하며 겁을 줘 왔다는 수사 내용과 관련해 “아버지는 조폭이 아니다. 형이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차길호 인턴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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