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주는 옛말… 명시도실력 평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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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61회 전국체전은 사상 가장 이채롭고 은은한 전통의 향기가 짙게스민 겨레의 축제였다.
남도농악의 흥겨움속에 콩나물국밥· 비빔밥, 그리고 꼬들배기가 구수하고 돝과 대나무로 만든 각종토산품, 그윽한 정취의 서예품등이 운치를 돋웠다.
체전을 단순한 「스포츠」행사의 차원에서 벗어나 예술·민속과도 화합을 이룬 종합 「카니벌」로 승화시키려는 전북도민의 슬기가 엿보였다.
○…이런 분위기속에 탈선과 불상사는 발을 불일수가 없었다. 판정불복·항의등 사고는 태권도·축구에서 2∼3번 일어난 것이 고작. 과열득점경쟁· 공명심이 빚는 추태가 없는 모범 체전이었다.
각 경기장은 무료입장으로 연일 인파가 밀렸지만 경기장마다 입장객들이 길게 줄을서 차례를 기다리는 「질서체전」이기도 했다.
○…남자 양궁에서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운 최우수선수 박철수(전남체고)는 예기치 못뱄던 황금수확 이었으며 육상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높이뛰기의 이길예(전주여상)와 전왕금(전북체고)등 여자유망 신인선수들의 등장도 큰 성과이나 「마라톤」의 저조는 서글픈 현장이었다.
○…폐막식에서 전남임원들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10년만에 종합3위를 한 감격때문이었다. 전남은 「복싱」 「래슬링」 역도 태권도와 육상등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린 것이 주효했다고 정현규 총감독은 감회에 젖었다.
○…득점경쟁에서 최총일 폐막직전까지 상위권의 순위에 흥미로운 혼미를 거듭한 것은 체전사상 전례없던 일이었다. 서울의 독주는 이제 옛말이 되었으며 특히 구기종목에서 각시· 도가 차차 평준화를 보인 것이 고무적이다. 서울의 우승실패는 경기의 실력향상보다 구기종목에서 각지방세의 향상 때문이었다.
특히 전북이 승마부재였지만 김경옥 전무이사의 노력으로 1위에 올랐다는 것은 각시·도의 분발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한편 구기종목의 이변속출은 이번 체전을 더욱 흥미와 관심속에 몰아넣었다.
최대의 파란은 고교야구결승에서 청룡기와 황금사자기 대회의 승자인 서울 선린상고가 올해 화랑기대회에서 단한번 4강에 올랐던 부산 경남고에 4-3으로 패퇴한 것이다. 고교야구는 1회전에서 「홈·팀」전주고가 강호 광주상을 4-0으로 「셧· 아웃」, 초반부터 이변의 징조를 나타냈었다.
또 농구에서 을 4관왕을 노리며 34연승을 기록했던 서울 선일여고가 부산 동주여상에 84-79로 일격을 당했으며 남고부의 쌍룡기우승「팀」인 경기 송도고는 광주고에 77-70으로 완패했다.
남일반부에서 현대는 완전열세라는 예상속에 최강 삼성을 76-69로 격과, 4연패끝에 첫승리를 거두었다. 이외에도 여고탁구단체준준결승에서 지난4월 제1회 서울 「오픈」국제대회 3관왕인 황남숙(강원 성수여상)이 무명의 김은희(전북 이일여고)에게 2-1로 역전패, 최대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같은 이변속출은 체전이 거의「시즌·오프」대회인데다 시· 도대항전이라는데서 오는 정신력의해이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주=체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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