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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발생 근원 봉쇄 할 의지|새 사정 방향 제시한 재산등록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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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직 사회의 부패 추방을 담당하는 정부의 사정 기능이 10일의 사정 협의회를 기해 체제와 제도면에서 큰 전환을 맞았다.
공직 사회의 부패 추방은 국보위의 강력한 정화 활동을 주도해온 전두환 대통령 정부의 특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새 정부인만큼 앞으로의 사정 활동은 몇가지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부패의 원인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전 대통령은 사정 협의회에 보낸 지시에서 우리 사회의 부정 부패의 근본 원인을 『과거 18년간 장기 집권 중 각계 지도층의 국가 이념 구현을 위한 사명감 결여』때문으로 지적했다.
이러한 인식은 과거에 부정 부패의 근원적 제거에 방해가 됐던 제약 요소를 없애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주목된다.
전에는 계속적인 정권의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눈감을 수밖에 없었던 부패된 분야가 적지 않았고, 그러한 분야는 확대해 가는 성향을 지녔었다.
둘째는 사정 업무를 맡을 기관의 재정비다.
지금까지 다기화 되어 있던 사정 협의 기구를 「사정 협의회」를 중심으로 개편했다.
전에는 사정회의·사정장관회의·사정협의회의 다층 구조로 사정 협의회는 주로 각 사정기관의 부책임자들간의 협의기구였다.
그러던 사정 협의회에 사정 관계 기관 외에 각 부처차관 등을 참여시켜 국가 최고 사정 기구로서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 사정 비서실도 특명 수사 기관적인 기능을 탈피해 국가 사정 업무의 기획·통제 기능의 비중이 대폭 확충됐다.
앞으로의 사정 업무는 예방·경고·처리의 3단계로 실시하되 처리 단계에 가서는 상위직에 대해 엄격하게, 하위직에 대해 관대하게 처리해 『송사리만 잡는다』는 세평을 불식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세째는 사정 업무의 중점을 비위의 적발보다는 체계적 예방 활동에 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층·부서·집단별 청렴도 측정 진단 방식의 개발, 재산등록제 실시 연구, 공무원 처우 개선, 정화 운동의 국민 정신 개혁 운동으로의 승화 등의 방안이 제시되었다.
이중 공직자의 재산 등록제는 전 대통령이 벌써부터 그 필요성을 제기했다.
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재산등록제의 형태는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어떤 시점에서 일체의 모든 재산을 등록하고 일정기간마다 소득을 신고하는 「필리핀」유이고, 다른 하나는 공직 취득 후 일정 기간의 소득만을 신고하는 미국식 유이다.
미국의 연방 정부 윤리법에 따른 신고 사항은 ▲합중국 이외로부터 지급되는 급여 및 1백 「달러」이상의 사례금과 근로 소득 ▲l백「달러」이상의 이자· 배상금 임대료 등 ▲친족 이외로부터 받은 2백50「달러」이상의 여비 숙박료 대접 ▲친족 이외로부터 받은 1백「달러」 이상의 증여물 ▲2백50「달러」이상의 상환금 수령 ▲1천「달러」이상의 자산 ▲1만「달러」 이상의 부채 ▲1천「달러」이상의 부동산주식 채권 등의 매매 등이다. 본인의 소득뿐 아니라 배우자와 피 부양자녀의 소득도 신고 대상이다.
등록 대상은 「필리핀」에서는 모든 공무원이지만 미국은 부국장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만으로 되어 있다.
「필리핀」에서는 중앙부처의장은 대통령, 국회의원은 국회사무처, 일반 공무원은 중앙부처장에게 줘 취임 초와 격년 1월 및 사임 또는 임기만료 때 재산과 부채 및 그동안의 수입·지출 상황을 등록할 의무를 지며 재산등록이 부실하면 처벌된다.
「필리핀」은 공무원의 재산 등록이 이렇게 엄격하고 이를 포함한 「뇌물 및 부패 행위 방지 법」도 있지만 부패를 실제로 방지하는 데는 별효과를 보지 못하는 형편이다.
재산등록제가 실시된다해서 곧 공무원의 재산과 소득 상태가 완전히 파악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기 때문에 재산등록제를 실시하는 경우에도 우선 그 범위를 고위 공무원으로 한정해 완전히 실태를 파악한 뒤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게 현실적이다.
부패 추방의 선결 조건이기도한 공무원의 처우 개선은 「인플레」 유발 효과가 큰 급여의 직접 인상보다는 장기 근속자에게 주택·자녀 교육 문제 등을 해결해주는 간접 인상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아뭏든 앞으로 정부의 사정 업무 방향은 근본적인 부패 원인을 찾아내 없애 나가는 방향에서 보다 강력하게 추진될 것 같다. <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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