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베세트」씨 병으로 사경헤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꿈속에서 「홈런」 을 치고 축구공을 몰며 비호처럼 달린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푸른 잔디위에서 한참 딩굴다 꿈울 깨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어요.』
매일매일 굳어만 가는 자신의 팔다리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김경혁군(26· 중앙대신문방송학과3년·서울길음동1154)의 눈에는 눈물이 어린다.
김군의 변명은「베세트」씨 병. 1백만 명에 1명꼴로 걸리는 희귀 난치병이다.
의식은 있어도 온몸이 돌처림 굳어가지만 아직 원인이나 치료법을 몰라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다. 뇌에 침입한「바이러스」가 뇌신경·중추신경과 사지를 마비시켜 사망률이 7O%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미국에선 「비다라바인」이란 특효약을 개발했으나 아직 우리나라 의사들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이약의 사용을 꺼리고 있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들의 치료를 위해 아버지 김춘직씨 (53) 는 가업인 공장까지 정리, 6천여만원을 들이고 정성을 다했으나 차도가 없다.
김군에게 증세가 나타난것은 77년9월, 공군복무증 갑자기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병윈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진단, 가볍게 흘려보냈다. 같은해 12월 제대후 왼쪽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오른쪽 다리로, 다시 양쪽 팔까지 온몸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등 4개종합병원에 8차례 입원, 검사결과 78년3월「베세트」씨 병이란 진만을 받았다. 의사들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절망적인 판단을 내렸다.
이때부터 김군 부자의 투병생활은 종교적일만큼 처절하고 진지했다. 물론2학년까지 마쳤던 학교의 복학도 포기했다.
시골에 유명한 의사가 있다면 밤을 새워 달려갔다. 침도 맞고 뜸도 무수히 떴다. 이름 있는 지압사를 찾아 물리치료도 받았으나 모두 허사였다.
미국에 있는 친지를 통해 특요약으로 알려진「비다라바인」 주사약 20병을 60만원에 구입했다. 78년미국식품의약국 (FDA)이 정식 사용승인한 이약은 「바이러스」 균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김군 부자는 이 약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있고 의료진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전종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