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선거전은 정책대결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열기를 띠는 느낌이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그 「전쟁과 평화」논쟁. 카터는 그가 집권했던 지난 4년간 『미군 병사가 전쟁터에서 죽은 적은 없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리건」이 집권하면 미국은 즉각 전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리건」인 측은 「카터」가 허약한 미국을 만들어놓고 평화주의자 인양 선전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공박하면서 『강력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전쟁옹호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격한다.
그 동안 「카터」와 「리건」인이 논쟁을 벌었던 정책적인 「이슈」는 국방정책과 감세 안을 포함한 경제정책, 중공정책 정도였다. 그러나 이중 어느 하나도 「핫·이슈」로 부각된 것은 없었으며 그때마다 몇 번의 설전교환으로 끝나곤 했다. TV정책 토론마저 없고 보니 두 사람의 주장은 계속 감정적인 측면으로 흘러 이제는 서로가 TV광고를 통해 상대방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카터」의 TV광고를 보면 「리건」인 이 전쟁논자 이고 인종차별 주의자이며 「캘리포니아」주지사 시절의 실적도 변변한 게 없다는 식이고 「리건」의 TV광고는 「카터」의 경제·외교·국방정책이 하나같이 실패를 거듭했으니 그에게 미국을 4년간 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지난달 21일 「카터」가 「보이코트」한 가운데 「리건」과 「앤더슨」간에 있었던 1차 TV토론을 계기로 세 후보의 득표전망에 뚜렷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즈」·CBS「뉴스」여론조사에 따르면 TV토론이 있기 전까지는 「카터」가 「리건」이를 40대 36으로 「리드」하고 「앤더슨」14%를 유지했으나 TV토론 이후의 여론조사는 「리건」이 「카터」를 40대 35로 앞지르고 「앤더슨」은 9%로 떨어지고 있다.
최근의 「뉴스위크」조사에서도 「리건」이 39대35로 「카터」를 누르고있다. 이 같은 결과는 「카터」진영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 하는 것이다. 애당초 「카터」는 「앤더슨」이 전국 TV토론에 나서면 「앤더슨」의 위치가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 TV토론을 거부했었으나 그 결과는 오히려 「카터」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있다. TV를 시청한 유권자들은 「앤더슨」 을 직접보고 나니 그가 대통령 감은 못되더라는 판정을 내렸고, 동시에 TV대결을 「보이코트」한 「카터」의 태도도 비겁하다는 결론을 내렸음이 분명하다.
더욱 「카터」측을 당황케 하는 것은 「앤더슨」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카터」보다는 「리건」쪽으로 더 많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카터」의 선거참모들이 직접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백악관 측은 새로운 막바지 전략을 짜기에 고심하고 있다.
한참 문제가 되고있는 「이란」-「이라크」간의 전쟁이 미국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은 부정적·긍정적인 면을 모두 갖고 있어 당장 그 득실을 가늠하기가 어렵게됐다.
만일 산유국간의 전쟁이 파국을 맞고 서방 쪽에 대한 「페르시아」만 석유공급이 위협을 받게되면 「카터」의 정책이 비판을 받을 것이고 이 전투가 적절한 선에서 끝난다면 『위기에 대처하는 현직 대통령의 모습』이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백악관 측이 「리건」후보에 대해 「이란」「이라크」사태에 관한 특별 「브리핑」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페어·플레이」를 중시하는 미국정치의 전통으로 볼 수 있는 동시에 「카터」가 좀더 대통령답게 보일 수 있는 전략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이란」-「이라크」전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있는 당면한 경제문제와 52명의 미국인질 석방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이번 선거전은 이제 「리건」이 약간 우세한 가운데 최종단계로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