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3「일 따세」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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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의 살림규모가 어느 정도인가는 상식으로 알아 둘만 하다. 새해 예산규모는 7조5천3백71억원. 숫자를 기억하기 어려우면 기억술의 요령으로 한 「심벌」을 생각해도 좋다. 일곱·다섯·셋의 머리 글자를 따서 「일·따·세」.
우연치고는 재미있다. 우리말에 『딴다』는 동사는 어떤 의지의 표현이다. 노력해서 무엇을 성취한다는 뜻이다. 『일을 딴다』는 말을 일을 찾아, 성취한다는 의미로 새겨 볼 수도 있다.
글쎄, 새해는 우리의 의욕과 동면과 성실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보람의 연대이기를 기대한다.
예산으로 본 우리나라 살림규모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45분의1, 일본의 14분의 1쯤 이다. 물론 국토와 인구와 국부가 달라 예산숫자만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규모는 짐작이 된다.
예산안 가운데 기억해 둘 지표가 몇 개 있다. GNP 성장률. 실질성장률은 5·5%다. 바로 5년전인 l976년도의 15·1%에 비하면 우리경제가 얼마나 어려운 국면에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예산의 구성비를 보면 바로 그 나라 살림의 단면이 드러난다. 사회개발비가 총예산의 4분의1쯤 된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 방위비는 총예산의 3분의l을 조금 넘는다. 경제개발비는 17%로 예년에 비해 후퇴. 일반행정 비는 총예산의 5분의1.
재정의 「경직도」라는 말이 있다. 방위 비·인건비·교부금 등 지출을 늦추거나, 줄이기 어려운 필수비용이다. 우리나라의 재정 경직 도는 80%.그것이 높으면 높을수록 사회개발이나 경제개발의 융통성은 줄어든다.
어느 나라 예산에서나 큰 몫을 차지하는 가령 방위비의 경우, GNP대비가 미국은 우리와 같은·6%, 「이스라엘」은 30%가깝다. 「이란」이나 「이라크」가 10%남짓 일본은 겨우 0·9%-.
아무튼 우리 재정의 경직도가 높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예산상 새해의 물가상승률은 15%다. 이 숫자는 「GNP」「디플레이터」(Deflator)로, 경상성장률에서 불변성장률을 뺀 수치다. 도가물가 지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의 도보물가 지수가 35%내지 40%인 것에 비하면 한결 안도감을 갖게된다.
내년의 수출목표는 2백5억「달러」.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비산유국 중에서 세계 제19위. 우리와 목표가 비슷하거나 조금 앞선 나라들은 「오스트리아」·「브라질」·대만·「홍콩」. 특히 대만은 무역수지와 국내물가가 안정되어 한결 수출에 유리한 입장이다.
한때 우리에게 뒤졌던 나라들이 앞서고 있는 것을 보면 내년예산이 상징하는 『일따세』의 의미는 새롭다 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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