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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81년 예산안 풀이 | 불투명한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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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세출수요면에선 너무 할 일이 많고 세입확보면에선 매우 버거운 81년 예산안을 확정시켰다. 예년과는 달리 국회의 심의가 불가능한 형편이므로 정부안이 거의 변동없이 새해 예산으로 확정될 전망이 짙다. 81년 예산안에 내포된 새해 경제와 나라살림, 또 국민생활에의 영향 등을 풀이해 본다. <편집자주>
올해 본예산에 비해 29.9%를 늘린 새해 예산은 가장 불확실한 경제전망과 제도전환의 와중에서 짜여진, 말하자면 원천적으로 완전할 수 없는 제약속에 편성된 예산이다.
「마이너스」성장의 여파로 세수전망이 전혀 불투명하고 내년도 경제성장, 물가전망, 유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판단이 어려운 시점에서 어차피 내년 예산안은 잠정예산일 수밖에 없다.
올해보다 31.3%나 늘린 직접세는 물론 26.3% 늘린 간접세도 내년 경기여하에 따라 극히 유동적이다. 과열과외 해소에 따른 막대한 교육투자 수요와 이를 감당해야할 교육세 신설이 매듭지어지지 않아 어차피 조기 추경편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세입쪽 못지 않게 세출에서도 불확정 요소가 많이 남아 있다.
공무원 처우개선이 확정되지 않은데다 내년의 각급 학교 수업료와 이에 따른 교원 처우도 아직 유동적이다. GNP의 6%까지 방위비를 부담하면서 격증하는 사회개발 수요를 감당하려면 어차피 30% 증액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30% 늘어난 예산 자체를 긴축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이 예산안만으로도 조세부담율이 올해 본예산보다 1%「포인트」나 올라가 18.4%에 달한다.
조세부담율이 이처럼 1%나 뛰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교육세가 신설되면 물론 부담율은 더 올라갈 것이다. 문제는 「마이너스」성장의 여파로 소득감소를 겪고 있는 형편에 직접세를 내국세 평균보다 더 높게 책정할 경우 조세부담감이 커질 수도 있다.
조세 이외에도 각종 국영기업, 기금운영의 정상화를 내걸고 있어 양곡·전화·체신·전기 등 공공요금이 내년중 대폭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되어 가계부담이 가중될 여지가 많다.
더욱이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높여왔던 근로소득세 감면도 세수 불투명을 이유로 내년은 동결되었고 불황 때문에 기본세율과 실행세율을 3%「포인트」 내리려던 부가세 인하계획도 취소되었다. 어느 모로 보나 18.4%의 조세부담율만으로 간과하기 어려운 납세자의 고통이 예견된다.
유일한 위안은 그나마 사회개발이 확충되어 조세의 반대급부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점이다. 그러나 이 부문도 아직은 초보단계여서 광범한 사회보장 혜택을 입기는 태부족이다.
세출구성비로 보아도 거의 0.3%「포인트」 높아진데 불과하다. 긴축을 내건 일반경비 증가가 사회개발비 증가율을 앞지른 것도 새 예산의 맹점이다.
공무원 처우개선을 15%만 반영하고도 일반행정비가 32.3% 늘어난 것은 올해 물가·환율인상의 영향이 큰 때문이겠지만 아직도 행정효율화의 여지가 크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76년이후 해마다 구성비가 줄어들고 있는 경제개발비는 방위비와 사회개발비 부담 때문에 불가피한 추세이기는 하나 그만큼 비례해서 재정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연례의 숙제로 되어온 재정경직도의 완화조차 여의치 않다. 인건비·교부금·방위비와 각종 법정경비만도 80%를 넘고 있어 단시일안의 경직성 완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말하자면 내년 예산은 재정이 해결해야할 여러 과제, 예컨대 재정수요와 부담의 조정, 정부기능의 재정립, 민간의 역할, 산업의 재편이나 소득재분배, 복지재정과 경기조절 등에 본격 대처하기에는 너무도 안 좋은 상황인 점만은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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