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까」등 32종을 우리 말로 고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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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까」「게쓰」「숌벤」…. 생소한 왜색 말투의 왁자지껄한 리가 새벽부터생선공판장을 울린다.
처음 들어서는 사람들에게는 이방지대에 온 것 같은착각마저 들게한다.
구태의연하게 왜색말들이 판을 치는 수산시장 공판장.
이같이 공판장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순화해보자는운동이 수협 경기도지부(지부장 유회영)를 중심으로일고 있다.
공판장안의 환경정화운동의 하나로 지금까지 마구사용해온 왜색외래어를 추방, 순 우리을믈 경매때 사용하자는 것이다.
전국 처음으로 벌어진 공판장 언어순화운동이다.
수협경기도지부가 지난말 초순부터 시작한 언어순화운동은 이제는 도지부산하인천·부천등 6개 수협의공판장까지 번져 상당한 호응을 얻고있다.
이같은 운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진것은 지난달 초순지부장 유씨가 새로 부임해온데서부터.
간혹 말썽을 빚는등 거칠기만한 공판장에 새로운것을 불어넣는 동시에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젊은중개인들까지 거침없이 사용하는 풍조를 고쳐나가기위해서였다.
유씨는 수협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흔히 사용되는 용어가운데 32종류의 왜색말을 우리말로 바꿨다.
「이까」를 물오징어로,「아나고」는 붕장어,「마구로」는 다랑어, 「시꼬미」 는 출어비용, 「숌벤」 은 가격깎기, 「야구찌」는 먼저,「게쓰」 는 뒤에, 「세리」 는 경매, 「이빠이마시」는 1수인(1척의배가 조업하는것),「사끼도리」는 선취등으로각각 고쳤다.
수협직원 1백50여명은 이때부터 매일 새벽 공판장에 나가 선주·중매인·상인들에게 우리말로 표기된전단을 일일이 배포, 공판장 언어순화에 적극 호응해줄 것을 호소했다.
막무가내이던 공판장 분위기가 서서히 언어정화와함께 부드러워져갔다.
요즘은 이곳 공판장에서는 중매인 62명과 선주·상인등 1백50여명이 새벽7시 경매가 시작되기에 앞서 매일 10분간 공판장「스피커」 를 통해 경매용어 전종류에 대한 우리말 교육을 받고있다.
수협업무과장권달주씨(40)는『처음에는 호응도가 낮았으나 이제는 겨의 우리말로 사용하고있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또 중매인 조합장 김세인씨(50) 도 『처음에는 수십년동안 사용해온 용어를 쉽사리 버릴수 없었으나 우리말을 사용해본 뒤부터는 나날이 새로운 기분이 든다』 고 이운동에 절대 찬성이다.
언어순화운동과 함께 공판장 새벽은 한결 신선해져간다.<인천=김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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