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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의 연대, 희망의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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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 중앙일보는 창간 15주년을 맞는다. 아울러 동양방송도 개국 16주년을 기록한다. 성상으로는 15년과 16년을 헤아리지만 연대로는 60년대로부터 80년대에 걸쳐 세연대나 꿰뚫고 있다.
지난 동안 시련의 역정을 되돌아 보면 10여성상은 우리에겐 힘겹고 긴 세월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보람찬 성장은 지난 시간들이 오히려 우리에겐 새로운 사명과 공헌을 기약하는, 유장한 역사의 한 작은 터울로도 생각된다.
1960연대는 혼미와 빈궁과 실의속에서 새로운 진운을 탐색하던 시대였다.
바로 이 연대의 중반인 1965년 9월 22일 중앙일보가 날개를 펴기 시작한 것은 한 시대를 획하는 상휘적인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나라를 잃었던 일제 36년를 통해 우리 민족의 낭랑한 목소리에 주려 있었으며, 국권을 되찾은 광복 이후의 어지러운 정치력정은 무수한 좌절과 퇴영을 체험하게 했으며, 6· 25 동란은 상실과 허탈을 안겨 주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정치는 독선과 혼돈의 지배를 받아야 했으며 경제는 정체와 빈곤의 늪에 빠져 있었으며, 사회는 나태와 무절제와 무력감을 헤어나지 못했었다. 실로 그런 시대에 국민들이 갈구하고 요망하는 새로운 「모럴」은 공허한 비분강개나 궤변이 아니라 건강하고 청신한 음성의 예언자적 제언이었으며, 도덕적인 우월과 역사발전의 의지를 고취시키는 일이었다.
바로 이 시대적인 상황이 중앙일보의 모태가 되었으며, 또 창업정신의 기조를 명시해 주었다. 언론은 우선 건전한 경영적 토대를 가져야 스스로 고고한 품성을 지닐 수 있고, 건실한 품성의 언론만이 진실의 보도와 정론의 환기에 있어서도 비로소 자유스러울 수 있다는 것은 창업자의 한결같은 신조이기도 했다. 중앙일보가 창간이래 부단히 지켜 온 실천철학이 있었다면 바로 도덕사회의 건설이었으며 오늘을 있게 한 힘의 원천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시속과 세풍에 영합하는 언론은 누구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의 진전에 기여하며 국민이 필요로하는 언론을 이끌어 가는 일은 무겁고 힘겹다. 이런 사명과 책무를 감당할 수 있는 저력을 갖기 위해서도 언론은 기업적 토대 위에서 자립·자주의 능력을 스스로 확립하고 지켜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창업의 신조는 많은 인재들을 모아 지성을 연마하며 성실한 신문과 방송을 만들 수 있게 했고, 밖으로는 새로운 기술과 시설을 도입 해 세계의 정보를 호흡할 수 있는 체제를 갖게 해 주었다.
우리가 궤변보다는 정론을, 소경보다는 대경을, 미로보다는 대소를 유유히 걸어갈 수 있었던 능력도 실은 그런 여건의 산물이었다.
지난 70년대는 모처럼의 경제 성장속에서 우리는 변혁기의 진통을 체험해야 했다. 그것은 도덕적 혼미로, 혹은 이웃과의 단절로, 인문부재의 상황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의 정신문화는 황폐속에 빠져드는 듯한 위기감마저 없지 않았다.
옛 분철은 이런 상황을 두고 황국지풍이라고 했다. 정사의 분별력을 잃은 사회, 삶의 의미를 잊어버린 사람들, 이궁심·몰렴치·아집과 독선. 이런 풍조는 쇠국이나 약국·난국보다도 더 무서운 환난의 경지라고 했다.
바로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도덕적 생기이며, 그것만이 한 사회의 맥박을 이어주고 활기를 불어넣어 굳건한 양간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창간이래 도의문화의 계발과 진작을 고창해 온 것은 새삼 보람스러운 일로 생각된다. 이제 우리는 80년대의 서장을 기록하며 다시금 새로운 역사의 지평위에서 새 지표를 설정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중앙일보·동양방송의 연륜은 그런 뜻에서 역량의 축적이었으며, 포망과 용기의 저장이었다.
나라 안팎으로 오늘의 국면은 화기와 활력과 정신의 발양을 요구하는 시대이다. 더구나 우리는 국가적 위기를 딛고 일어서서 새 시대를 향해 발돋움을 하는 시점에 있다.
화기로운 정치, 활력있는 경제, 도의와 문화가 꽃피는 사회. 이것은 밝은 내일을 지향하는 모든 국민의 한결 같은 소망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은 역사이래 의지앞에 굳힘이 없었으며, 위기앞에 절망하지 않았었다. 변방에 국기를 세워, 나라는 언제나 안위를 걱정해야 했고, 국론마저 분분해 긴장의 역사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오늘을 꿋꿋이 살고 있으며 내일에의 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보잘 것 없다. 토질은 메마르다. 좁은 국토마저 분단되어 있다. 오늘의 상황은 행복한 나라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시야를 멀리하면 이 지구 외에는 환경이나 여건이 우리 보다 못한 나라들이 얼마든지 있다. 산자수명한 나라에 살고있는 것만도 우리는 오히려 행복한 편이다.
국민성마저 순하고 소박하다. 여기에 근면과 성실을 미덕으로 아는 민족이다. 그야말로 맨바닥의 국토 위에서 별로 가진 것도 없이 오늘을 이룩한 것은 실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30조원의 국민총생산을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의 경쟁을 뚫고 세계 총무역성의 1%를 점하는 상품을 만방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오늘을 자족하기보다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야 할 책무와 사명에 쫓기고 있다. 화합과 활기와 정의로 충만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한결 밝을 것이다. 이것은 국민 모두의 소망이며 확신이기도 하다.
다시금 우리는 언론의 좌표를 되새겨 보게 된다. 새시대는 대립과 분열 아닌 대화와 조화로, 갈등과 반목아닌 이성과 관용으로, 나태와 낭비 아닌 근면과 공정으로 우리 사회의 양간을 튼튼히 다져가야 할 것이다.
중앙 「매스컴」의 존립은 여기에서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도의문화창조와 인간회복의 주창도 결국은 이런 맥락과 통한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무한한 공헌과 보람이 있으며, 중앙「매스컴」의 의지가 있는 것이다.
이제 중앙「매스컴」은 원숙한 품격과 고아한 지성과 냉철한 이성으로 새연대를 합해 거보를 내디딜 것이다.
강호의 애독자 여러분과 해외동포들의 따뜻한 성원과 격려를 기대해 마지않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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