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름 짓기 유안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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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필자가 사는 동네에 국민학교가 새로 생겨 『참동국민학교』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참동국민학교라 귀엽고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싹들이 다니는 국민학교의 이름치고는 곱지도 바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교육적인것 같지도 않았다. 이렇게 느낀것은 필자만이 아니었던지 반상회에서 이 학교의 이름이 거론되었고, 개명을 건의하기에 이르렀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음달 반상회에 통고된 내용은 어느 특정「아파트」의 이름을 학교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많은 학부모들은 이 통고내용을 납득하지 못했다. 측 『특정 「아파트」 이름이 아니라도 부르기 좋고 듣기 좋고 의미가 좋은 이름을 붙여주면 될텐데』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까것 학교이름이 대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에 관한한은 지극히 작은것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하찮은 것으로 놀림감도 되고 그 하찮은 것이 그들에겐 심각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가뜩이나 살벌한 도시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자칫 메마르기 쉬운 정서의 교육도 교과교육에만 달려있지 않다. 어린이의 부드럽고 순화된 물리적·심리적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교육의 의도가 은연중에 시도되는 환경에서 세련된 정서교육은 보다 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모국어를 제대로 발전시킬 기회를 갖지 못했다. 늦게나마 이 것을 깨달은 뜻있는 모협회는 고운 우리말 이름짓기 운동도 그래서 시도해 왔고 교육분야가 아닌 문예진흥사업을 국가적으로 지원하며, 그중 하나인 문학의 지원책도 모국어 발전을 목적한 것이다.
영어는 세계어이다. 그것은 영국 국력의 공로만이 아니었다. 아름답고 바른 영어의 개발과 발전을 위해 영국의 교육·문학은 물론 국민적 협조가 더욱 컸다.
영국은 문인들에게 상을 줄때도 『귀하는 영어를 바르고 아름답게 사용한 공로로…』라고 수상 이유를 모국어 발전에 두고 있다. 최근 「프랑스」도 불어를 세계적으로 보급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해오고 있다.
외국의 경우 국민학교를 비롯한 중· 고등학교와 대학의 이름에도 자기나라, 자기도시 출신의 위인들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아니면 그 마을의 좋은 특성을 찾아 이름 붙이기도 한다. 심지어는 길거리나 공항의 이름에도 그러하여서 「로마」의 「다빈치」공항, 「파리」의 「로댕」가, 「뉴욕」의 「존·F·케네디」 공항과 「하이스쿨」도 있다.
영국의 「이튼·스쿨」도 마찬가지이며, 이 학교는 학생들 내왕이 가장 잦은 복도에 본교출신 위인들의 사진을 걸어두고 있을 정도로 자연스럽고도 은연중에 얻어지는 교육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강동구 잠실에 있으니 『참동국민학교』라고 하자. 이런 안이하고 단순한 생각이야말로 교육당국이 시정해야 할 사항의 하나가 아닌가?
문교부가 「미니」학교를 많이 세울 계획이라고 하니 그 학교의 이름도 교육적으로 지을 계획을 가져 주었으면 바란다.
단국대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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