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기 부양보다 후퇴를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9·16경제활성화조치가 당면경기대책이면서도 정부가 굳이 경기대책적 함축을 회피하려는 것은「대책」의 포괄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이다.『천장도 낮고 벽도 좁은 공간』에서 준비운동을 해야하는 답답함을 상상해보라는 실무자들의 푸념이다. 그만큼 경제현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만큼 답답하게 되어있다. 경상적자 55억「달러」의 국제수지가 그렇고 연율26%선을 웃도는 통화압력이나 30%를 넘어선 물가도 모두 정책선택의 폭을 좁히는 제약요인들이다. 민간업계의 강력한 경기회복기대에도 불구하고 경부가 줄곧 제한적 대책임을 강조해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인 듯.
수입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고용·경기회복효과가 높은 주자부문 확대와 수출촉진을 근간으로 하고 식료품 등 기초생필품 안정공급을 덧붙인 새 경제조치는 기본줄기로 보면 6·5조치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다르다면 이변이 약간 더 적극성을 보인 점이다.
그만큼「마이너스」성장의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번 조치의 핵심을 이루는 금리인하는 당초 실무부처의 계획보다 더 많이 내렸다. 시장금리의 지향이라는 1·12조치와의 마찰 때문에 관계부처간에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문제는 업계가 호소하는 금융비용 경감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가 금리인하효과의 관건이 될 것이다. 연간국내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이 3조원을 넘는데 이번 금리인하는 약1천억 원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관계당국의 추산이다.
금리의 자금수급조절기능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리고 기업원가절감이란 측면이 더 부각된 것이다.
금융운용의 비 탄력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금리에 관한 한 당분간「닭과 계란」논쟁과 유사한 순환논리가 계속될 전망이다.
경기대책의 의미가 강한 주택건설촉진은 민간에 대한 주택자금지원확대와 택지조성확대, 양도세 완화를 통한 공급, 수요양면 자극을 시도하고있으나 내심으로는 양도세 완화를 통한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기대하는 눈치. 그러나 양도세의 본뜻이 투기규제에 있고 보면 투기소득의 조세감면을 통해서라도 주택 거래를 자극해 보겠다는 것은 비록 고육의 계라해도 정도가 아니다.
주택문제를 경기측면에 너무 치우쳐 다루면 오히려 주택문제의 장기적 해결을 어렵게 함은 지난 경험이 잘 말해준다.
수출촉진을 위한 여러 조치는 여전히 간접보조를 줄거리로 하고있어 본원적인 경쟁력강화와는 아직도 거리가 있다. 당장이야 금융지원폭 인상밖에 달리 방법이 없겠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수출부진의 근원적 장애인 국제경쟁력 약화에 도움이 되기커녕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소폭인상만으로 1천억원의 통화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환율의 실세화와 국내물가안정 등 보다 본원적인 경쟁력확보나 수출산업의 개편이 뒤따르지 않으면 경기대책마다 간접보조를 늘려가지 않을 수 없게된다.
9·16조치에도 불구하고 올해는「마이너스」성장이 불가피하다는게 정부의 전망이다. 경제를 장미 빛으로 보는데 습관 되어 있는 경제관로들 조차 문제의 어려움을 현실로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실질성장의 회복은 기대하지 않으나 경기가 더 내려가는 것을 막아 내년하반기부터 점차 회복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회복의 시기나 속도가 아니라 불황을 통해 얼마나 효율 있게 산업체질이 개선되는 가인데 이는 앞으로 줄곧 새 경제「팀」이 노력해야 할 정책과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