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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재무장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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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학교에서는 명강소리를 들으셨는데 막상 재무부장관을 맡고 보니까 이론과 실제가 어떻습니까.『대학에서 강의할 때는 어떤 가정과 전제를 세워 놓고 결론을 끄집어냈으나 지금은 가정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항시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정책을 짜 내야하기 때문에 교과서처럼 될 수 없지요. 하지만 이론에 너무 집착하게되면 정책은 당위성을 잃게 됩니다.』
이론과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그린 기준에서 보면 학자출신으로서 금통위원·국회의원을 역임, 조화의 능력을 키운 이재무는 적격이라는「뉘앙스」로도 들린다.
「남덕우 경제내각」을 탄생시킨「9·2개각」에서 경제부처의 핵이랄 수 있는 재무부장관을 유임시킨 사실은 이장관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미소만 짓는다.
-이제 재정금융전문가로서 한번 소신을 펴셔야지요(사실 그 동안은 공무원숙정 등 다른 일 때문에 정책문제에 대해선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가장 시급하고도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국제수지 문제입니다. 한국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일은 뭣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성을 갖고있어요.
우리경제가 개방경제이고 무역을 통한 성장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 한 정책순위「넘버1」은 대외신용입니다. 앞으로 재무부는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금융·세제·외환정책을 펴나갈 작정입니다.』
-교육세를 신설하기로 방침이 굳어졌던 데요. 조세부담이 너무 무겁지 않겠습니까.
『과외수업이라는 비정상적인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선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요. 그것이 교육항로 나타나는 겁니다.
경제에는 공짜가 없는 법입니다.』
경제현상은 곡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게 마련이라는 얘기를 되풀이하면서 경제학을 연구한 끝에 얻은 소신이라고 했다.
-올해 경기가 워낙 나빠 내년도 재정에「펑크」가 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큰 걱정입니다. 재정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고 세수전망은 불투명하고…게다가 원유 값 상승으로 국민소득의 해외유출이 늘어 담세능력은 줄어들고….』
나라 안살림을 책임진 국고장관만이 느끼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사람들은 돈줄을 쥔 장관이라고 부러워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그림 박기정 화백
글 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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