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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학공업 누가 맡든지 재계협력 아끼지 말아야"|중화학 조정 이후 서먹한 관계 해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경련회장단 및 고문단 월례 간친회가 9일 낮 전경련 경제인 「클럽」에서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김용완 전경련명예회장, 이병철 삼성회장, 정주영 현대회장, 김우중 대우회장, 조동훈 한진회장 등 재계거두 18명이 모여 그야말로 한국재계의 축도를 이루었다.
재계중진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경제가 어려우니 서로 의견을 나눠보자는 것과 중화학조정이후 다소 서먹한 관계에 있는 현대·대우 측의 입장과 이와 관련한 김우중씨 사재 사회환원에 대한 설명을 본인들로부터 직접 들어보자는 뜻 때문인 듯.
이날 모임의 간사격인 김용완씨가 『알아보니 김우중씨의 사재환원이 국가헌납이 아니고 이병철씨나 정주영씨가 이미 한바 있는 것과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대개 60세가 넘은 재계중진들과 자리를 같이한 44세의 김우중 사장은 「선배어른들」 이란 겸손한 표현을 쓰는 등 시종 조심스러운 몸가짐을 했다.
김 사장은 『사재환원에 전혀 다른 뜻이 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2백억원에서 생기는 과실로 의학·과학 등 기초학문 분야의 육성·발전에 쓸 뜻』을 비쳤다.
이어 얘기가 중화학조정에 이르자 정씨와 김씨는 각각 그간의 경위와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정·김 양씨는 숙연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입장을 더러 목소리를 높여가며 설명했다.
정 회장은 발전설비회사에 49%까지 참여하기를 희망했으며 김 회장은 33%까지 받으려고 했다는 얘기 등 조정과정에서 얽힌 얘기도 나왔다.
정 회장은 자동차를 택한 것은 실제 정세영씨(현대자동차사장)가 자동차에 대한 집념이 강했으며 동생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이윤보다 애착」을 택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우중 회장은『발전설비를 맡은 것을 숙명으로 생각하며 힙겹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회장은 김 회장이 힘에 부친다면 자본 참여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넌지시 비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시간 남짓 계속된 모임은 이병철 회장이 『중화학공업은 국가적 사업이므로 누가 맡든 재계가 협력을 아끼지 말자』는 말을 끝으로 자리를 일어섰다.
이 간친회에는 이원정(한국해광개발), 김용주 (전방),조우동(심상중화학), 정인욱 (강원산업), 신덕균 (동방유량), 원용석(혜인중기), 주창균 (일신제강), 유창순(롯데제과), 김인득 (벽산), 김진형(장기신용은), 김입삼 (전경연부회장), 윤태섭 (전경련전무)씨 등도 참석했다.

<박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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