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호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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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외국의 공직자에게 편지를 쓸 때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게 존칭이다.
가령「유엔」사무총장이라면 그 이름 앞에=His Excellency」를 붙여야한다.
공작이라면「His Grace」라 해야한다. 후작이면「The Most Honorable」이 붙는다. 백작이하는 「The Right Honorable」.
미국의 웬만한 고관에게는 모두「Honorable」이 붙는다. 법관, 대사, 주지사, 상· 하원의원….
그러나 대통령에게는 미국답게 그냥 「미스터」만이 붙는다.
다만 전직대통령에게는 「Honorable」을 붙여야 한다는 게 매우 흥미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대통령의 공보비서와 같은 특별보주관들은「Honorable」의 존칭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존칭이라면 곧 각하 정도를 연상한다. 한동안은 법원에서 『영감』이란 존칭 아닌 존칭을 검사들에게 붙였지만 이젠 그나마 덜 쓰고 있다.
이조 때에는 당상관이 되면『영감』이란 경칭을 받았다. 그리고 정이품 이상 되면 『대감』이라 불렸다.
이게 임금에 대한 『상감』을 제한다면 최고의 존칭이었다.
요새는『각하』가 최고의 칭호가 된다.
각하란 옛 중국에서 신분이 높은 사람들에게 흔히 쓰던 존칭이었다.
어원을 따지자면 『문하』(합하)가 잘못 적혀 생긴 듯하다.
곧 옛날에는 삼공, 대신의 집에는 각(합문)이 세워져 있었다. 그래서 각하란 말이 생긴것이라한다.
그렇다면 장관급 이상이면 각하라 불려도 무방할 것도 같다. 일목에서는 책임관이나 장군이상이면 으레 각하라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유당 때인가 장군만 되어도 각하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대통령은 『대통령께서…』라는 표현을 좋아했다.
사실 존칭이란 관례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를 높이 추켜 올려주면 나쁠 것도 없다. 그런 줄 아니까 사람들은 되도록 존칭을 붙여주려고 한다.
서로가 좋자는 것이다. 물론 깍듯이 예우하고 전대하자는 뜻에서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거추장스럽고 면구스럽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별로 달가운 게 못된다. 국무총리에게『각하』란 존칭이 붙어도 어색할 것은 없다. 그러나 『각하』를 굳이 붙인다고 그 자리가 더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아마 그런 뜻에서 남총리는 굳이『각하』를 사양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말에는 『님』이란게 있다. 그보다 더 점답고 고운 존칭이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에서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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