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종이접기·구글검색도 수학 … 입시·암기교육서 벗어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광양제철남초등학교는 지난달 ‘수학 독후감 대회’를 처음 열었다. “수학이 입시 도구가 아니라 국가를 발전시키는 흥미진진한 학문이란 걸 알리자”는 박건하(45) 교사가 제안한 행사였다. 학생·학부모가 23명씩 참가해 수학책을 펼쳤다. 학부모들은 이날 독후감이 아닌 ‘반성문’을 써냈다.

 “1등을 하기 위해 반복적인 교육방법으로 부모와 아이가 모두 지는 ‘치킨게임’을 하는 건 아닌지….”(인치설·39)

 “수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모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종이접기(도형 공부)하다 집 안을 어지럽히는 아이를 혼내지 말고 오히려 색종이를 사주는 엄마가 돼야겠다.”(이혜진·39)

 중앙대부속중은 6월 성적은 좋지만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 5명과 이들의 학부모 5명을 선발해 수학교육 컨설팅을 시작했다. 정종식(40) 교사는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를 이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 수학교육을 다시 생각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1년 국제수학·과학성취도평가(TIMSS)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높다. 세계 42개국 중에서 초등 4학년은 2위, 중2(8학년)는 1위였다. 그러나 수학 흥미도는 41위, 자신감은 38위에 그쳤다. 시험 성적은 좋아도 수학을 어려워하고 싫어한다는 의미다. 고학년이 될수록 수학 공부를 아예 단념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도 늘고 있다.

 교육계에선 “수학을 주입식·암기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세계적 수학 석학 황준묵(51) 고등과학원 교수는 “논리적으로 생각할 시간도 안 주고 문제만 풀라고 했기 때문에 나도 고교 시절에 수학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1월에 열린 ‘한국 수학의 해’ 포럼에 참석한 마리아 에스테반 차기 국제산업응용수학회장. 그는 수학 이론(선형대수학)을 적용해 만든 구글 검색엔진 등을 예로 들면서 “수학은 어디에나 있다(Mathematics is ubiquitous)”고 역설했다. 전 세계 수학자 5000여 명이 참가해 13일 서울에서 개막하는 세계수학자대회(ICM)를 계기로 국내에서 새로운 수학교육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김한별·신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