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권 논란까지 부른 에볼라 과민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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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에볼라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일부의 비과학적이고 과도한 패닉 현상 때문에 한국의 국격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덕성여대와 유엔여성기구(UN Women) 주최로 4일 서울에서 개막한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에서 발생했다. 이날 개회식에 아프리카에선 케냐·에티오피아·카메룬 등 9개국 대학생 28명이 참석했으나 에볼라 질환 사망자가 보고된 나이지리아의 대학생 3명에 대해선 초청을 취소했다.

 문제는 초청이 취소된 대학생들이 “나이지리아에서 에볼라 질환이 발병한 게 아니라 라이베리아인 환자가 입국해 숨진 것인데 우리들의 입국을 거부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항의하면서 이를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이다. 이는 자칫 한국이 비과학적이거나 차별적인 나라로 비치게 할 수 있는 사안이다.

 사실 아프리카는 한국의 300배에 이르는 면적에 54개 나라에서 11억 인구가 살고 있는 광활한 대륙이다. 행사에 참석한 아프리카 대학생들은 에볼라 바이러스 질환이 발생한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서 왔다. 게다가 이들은 출국 전과 한국 입국 당시 철저한 검역을 거쳐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아프리카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행사 참석을 막자거나 행사 자체를 취소하자고 주장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리카 50개국에서 대통령 35명, 부총리 9명, 부통령 3명, 외무장관 2명, 국왕 1명 등 지도자들을 워싱턴에 초청해 4일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시작했다. 물론 에볼라 바이러스 질환이 발생한 국가에선 불참했지만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는 거리낌없이 인적 교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교류와 관련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역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정당한 교류가 방해받지 못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적극적인 보건교육으로 비과학적인 과민반응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프리카인 방문객에 대한 과도한 관심도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